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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이나 서원 등 오래된 문화재를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궁스테이'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창덕궁 내 낙선재 권역의 석복헌과 수강재를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루 300만원가량의 고가의 숙박비를 받고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숙박시설로 개방하는 유럽의 고성, 국내의 템플스테이·한옥스테이처럼 문화재를 활용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고 우리 문화를 새롭게 알린다는 긍정론이 나오고 있다. 반면 유럽과 달리 목조건물이라 숭례문 사례처럼 화재 등 문화재 훼손이 우려된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 찬성-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거주 목적 건축 문화재, 내부 체험 중요
숙박 넘어 황실체험 콘텐츠 활용 노력을
낙선재에서의 하룻밤. 궁스테이, 문화재 보존, 문화재 활용. 최근 문화재 분야에서 크게 화두가 되고 있는 말들이다. 창덕궁 낙선재 일원에서 이뤄지는 궁스테이에 대한 검토계획이 발표된 후 "궁에서 숙박시설은 말도 안 된다" "아 궁에서 잘 수 있어 좋겠는걸" 등의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창덕궁은 사적으로 지정된 문화재며 동시에 세계유산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궁궐로 경복궁과 다르게 우리 전통 방식의 자연 지세를 이용한 한국식 궁궐의 모범이다. 또한 남아 있는 궁궐 중 건축 모습이 가장 오래된 궁궐이다.
그러한 창덕궁에서 궁스테이를 한다고 하니 문화재 보존을 생각하면 반대 의견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해보면 문화재 활용 측면에서 궁스테이의 긍정적 측면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문화재는 보존과 활용이라는 두 가지의 큰 맥락에서 정책이 이뤄져 있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주로 보존에 중점을 둬 진행됐다. 현재 우리의 건축 문화재를 알고 느끼기 위해 현장에 갔을 때를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건축 문화재는 닫혀 있고 열려 있다 하더라도 내부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궁궐은 더욱 그러하다. 내부에는 아예 접근이 어렵다. 겉모습만 보고 돌아간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보존을 위해 겉모습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목조 건축물이 대부분인 우리 건축 문화재는 사람이 사용하면서 관리를 해야 주요 부재인 나무의 부식과 훼손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건축 문화재는 사람이 살기 위한 목적이므로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내부 공간을 체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궁궐 내부를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의 계기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문화재 훼손 문제다. 대표적으로 화재와 대수선 문제를 들 수 있다. 화재는 목조 문화재에 가장 위험한 존재인데 숙박시설이니만큼 전기 사용이 불가피하다. 대수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대수선에 따른 전기 사용은 화재의 위험에 노출된다. 또한 전기를 비롯해 화장실 등에서의 생활용수 사용을 위한 대수선은 대상 건축물인 석복헌과 수강재가 보물과 같은 지정문화재는 아니지만 사적지 안에 있으므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매우 세밀한 준비과정에 따른 사용자 매뉴얼 작성, 방재 시스템 구축, 관리자 교육 등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다. 숙박 대상이나 사용료 등 민감한 문제는 준비과정에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숙박만이 아닌 진정성 있는 다양한 황실체험 콘텐츠를 개발해 대다수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궁스테이 논의과정에서 기존 건물 숙박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새로 복원된 건물을 활용하거나 전통가옥을 신축하는 방법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현시점에서 보존과 활용에 대한 뜨거운 논의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는 문화재 활용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아 보존과 활용이라는 문화재를 위한 숙제를 아름답게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 반대-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장
숙소 개조 논리는 日 창경원 개악 답습
훼손 심한 궁궐 최대한 원형 보존해야
유무형의 옛것들에는 모두 소중한 기억이 있다. 그중 희귀하거나 역사적·예술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을 문화유산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9조'에 따라 문화유산을 보호한다. 우리나라 문화재의 특성을 보면 불교 문화유산이 약 70%에 달한다. 또한 종택·고택·서원·향교·사찰 등 건축 문화재가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한옥까지 포함한다면 셀 수 없을 정도로 건축물이 많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 산재한 고택이나 한옥은 비워져 있었으며 연로하신 종손과 종부 어르신들에 의한 넓은 한옥 관리는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한옥이든 양옥이든 기본적으로 집 관리에 최고의 보존 방법은 사람이 사는 것이다. 집은 잠시만 사람 손이 멀어지면 폐가처럼 변해버린다. 이러한 보존 방법에서 시작된 것이 소위 '스테이'라는 방식인데 머물면서 문화도 체험하고 규범과 질서도 배워보고 주 소유자에게는 약간의 경제적 혜택도 제공하는 방식으로 1석3조인 셈이다. 다만 한옥에서 이렇게 머물고 체험하는 방식에서 염려했던 것은 이용자의 편리만 생각해 지나치게 원형을 개조하고 의미보다는 돈만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건축 문화재의 경우 원형을 바꾸는 행위는 엄격히 제한해야 할 것이다. 우리 당대에 모든 것을 끝내고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술적으로나 문화 원형 보존 차원에서 그대로 둬 두고두고 다음 세대까지 향유하도록 남겨줘야 하는 당위성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적 불명의 궁스테이는 중단해야 한다. 특히 일제에 의해 대부분 훼손된 궁궐 건축의 경우는 문화재 원형 보존 차원과 학술연구, 민족적 감정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식을 매우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창덕궁의 낙선재·석복헌·수강재는 목재를 짜 맞춘 방식이 뛰어난 건축미를 갖춘 좋은 건축물이므로 원형을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 설사 안전이 보장된다고 해도 창덕궁 낙선재 일대를 숙박 장소로 쓴다면 조선의 법궁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진다. 궁 내 전체가 사적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창덕궁 건물을 숙소로 개조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우리 궁궐의 훼손사를 보면 물론 화재가 많지만 근대 일제에 의한 침탈과 훼손이 가장 큰 것이었다. 경복궁의 박람회장, 창경궁의 동물원 식물원으로의 오락장화, 경희궁의 학교화, 덕수궁의 화재와 축소 등등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번 궁스테이 기획을 보면 원형을 개조하고 특수 계층에 고가의 비용을 받아 제한적 개방을 하겠다는 것인데 화기를 들이고 구조에 변화를 주다 보면 목조 건물에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궁스테이를 기획하는 문화재청이 분명히 알아둬야 할 점은 문화유산의 향유와 활용은 보편적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즉 만인이 편안하게 즐기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외국도 궁을 개방한다고 하는데 창덕궁 같은 정궁을 개방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또 유럽 석조 문화재의 경우보다 우리의 목조 문화재는 화재와 관리에 매우 취약하다. 수강재! 건강하게 장수하고, 석복헌! 복을 누리에 내려주고, 낙선재! 선한 행동이 즐거운이라는 의미를 담은 우리 목조 건축물의 으뜸이다. 문화재청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개악한 일제의 전철을 밟지 말기를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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