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증권사인 메릴린치등 투자회사들의 금융부실이 확대되면서 뉴욕 월가에선 최근의 베어마켓 랠리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의 뉴욕증시 랠리는 지난주로 끝이 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금융주의 낙폭이 유난히 커 신용위기가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신용위기의 새로운 진앙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등 양대국책모기지 은행의 주가는 각각 6.6%와 10.7% 폭락하고, 리먼브러더스는 10.4%, 씨티그룹은 7.5% 밀렸다. 뉴욕 금융시장에 악재가 도출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화수분’처럼 끝없이 쏟아지는 악재에 또다시 빈사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주 미국의 국책 모기지기관인 패니 매와 프레디 맥 긴급구제 호재에 안정을 되찾는 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29일 아시아 증시는 맥없이 주저앉았고, 달러 가치는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머징마켓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정책 당국의 적절한 대응을 주문했다 메릴린치의 추가 자산상각 처리의 충격은 예상보다 강했다. 뉴욕 증시 마감 후 메릴린치는 3ㆍ4분기에 85억 달러의 긴급 수혈계획을 발표했는데, 뉴욕에 이어 열린 아시아 시장은 메릴린치의 자금 조달계획 보다는 추가 손실처리에 더 주목했다. 메릴린치의 5분기 연속 손실 처리는 월가 은행들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특히 미국 금융기관의 상각처리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졌다는 점에 비춰 볼 때 10월 중순 3ㆍ4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손실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빌 스톤 PNC 웰스매니지먼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온통 부실채권 손실이 얼마까지 치솟을 지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IMF의 수정 보고서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IMF는 이날 지난 1월의 세계금융시장안정보고서 수정본을 통해 “국제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상태이며 구조적인 위험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IMF는 특히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각국 정부의 정책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미 카루아나 IMF 통화자본국장은 “자본시장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국가들을 차별할 것”이라며 “각국이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추후에 강도 높은 조치를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위기조짐을 보이는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 않았으나, 이머징마켓을 두고 한 경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IMF는 게다가 “미 주택시장 침체가 현시점에서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혀 신용경색의 뇌관이 쉽게 제거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세계 경기를 좌우하는 미 경기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오는 31일 발표될 2ㆍ4분기 미 성장률은 1ㆍ4분기의 1%보다 2배 높은 2%를 약간 웃돌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미 지나간 2ㆍ4분기보다는 앞으로 더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프레드릭 미시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는 “신용경색과 국제 유가의 급등 등 미 경제를 둘러싼 충격은 앞으로 3년 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급기야 백악관은 이날 미 경제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백악관 예산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 1월 전망치 2.7%에서 1.6%로, 내년에는 3%에서 2.2%로 각각 낮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급격한 주택시장의 침체와 금융시장의 불안, 에너지 가격 상승등으로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뉴욕=권구찬특파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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