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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5월31일] '조선왕' 윌리엄 피리
입력2006-05-30 16:32:08
수정
2006.05.30 16:32:08
선주 두 명의 대화. ‘왜 그리 우울해 보이는가?’ ‘방금 배를 한 척 샀는데 도대체 그 배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배를 판 사람은 윌리엄 피리(William Pirrie). 현대 여객선 설계의 아버지이자 전설적인 선박 세일즈맨이다. 1847년 5월31일 캐나다 퀘벡에서 선주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15세가 되자 그는 진학을 포기하고 벨파스트 조선소의 견습공으로 들어갔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낸 덕분에 7년 만에 관리직 발탁. 선미에 위치하던 1등실을 배 중앙으로 옮긴 것도 그가 처음이다.
피리가 발군의 영업실적을 거둔 비결은 품질. 선주들의 요구가 속도와 안전ㆍ안락이라는 점에 착안해 특급 호텔을 그대로 배에 옮겼다.
여객선을 바다의 궁전으로 탈바꿈시킨 피리는 27세에 공동경영자에 오르고 48세에는 회사의 경영권을 도맡았다. 조선업계 최초로 ‘고객 클럽’을 만들고 수주현장을 발로 뛰어다닌 덕에 세계의 바다는 그의 여객선으로 뒤덮였다.
벨파스트 시장도 지내고 귀족 작위까지 얻었던 그가 시련을 맞은 것은 타이타닉. 설계책임자로 처녀항해에 동승한 조카를 타이타닉과 함께 잃은 후 1차대전 중 민간 수송함대를 맡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상심에 빠져 지냈다고 전해진다. 평생을 배에 바친 사람답게 최후도 배에서 맞았다. 1924년 6월 파나마 해역의 여객선에서 몰(歿). 77세였다.
피리의 궤적은 세계 정상을 질주하는 한국 조선산업의 좌표이기도 하다. 유럽 업계가 독점 중인 초호화 유람선(크루즈)에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기술이 들어가는 고부가치 선박인 크루즈선의 척당 가격은 5,000억~1조원. 연간 수주물량 10조원에 이르는 마지막 황금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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