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화약고' 코소보 독립 세르비아서 분리 공식선언… 美·EU 지원 큰 역할주민들 알바니아 국기 흔들며 축제분위기유럽내 소수민족 독립운동 자극제 될듯 최수문 기자 chsm@sed.co.kr 발칸반도의 화약고로 알려진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하심 타치 코소보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수도 프리슈티나에서 열린 임시의회에서 독립을 공식 선언하면서 "오늘은 평화와 이해 속에 코소보인들의 의지가 이행되는 날"이라며 "코소보는 독립적, 민주적이고 종교를 초월한 다민족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소보 전역은 독립을 축하하는 주민들의 환호와 함께 축제분위기다. 민족적 모국인 알바니아의 국기와 유럽연합(EU)ㆍ미국 국기가 16일부터 길거리마다 내걸렸고 독립 축하 콘서트 등 행사가 잇따랐다. 코소보의 독립은 미국과 EU의 지원에 힘입었다. 지난 1989년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이 해체되면서 비(非)세르비아인들이 다수를 차지했던 슬로베니아ㆍ크로아티아ㆍ보스니아가 독립했고 2006년 몬테네그로도 떨어져 나갔다. 코소보까지 분리된다면 세르비아는 발칸반도 구석의 소국으로 전락한다. 반면 세르비아의 입장은 복잡하다. 일반여론은 코소보 독립을 결사반대하지만 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해 EU 가입을 원하는 상황에서 EU와 대립할 수도 없다. 코소보와 알바니아에 경제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무력을 사용하기에는 1998년 유고전쟁의 상처가 크다. 당시 미국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에 완패하면서 코소보에 평화유지군이 주둔했다. 코소보는 12세기에 첫 세르비아 국가가 일어나 세르비아인들이 민족 발상의 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하지만 14세기에 오스만 튀르크가 세르비아 왕국을 정복한 후 이 지역에서 세르비아인들을 대거 추방했다. 빈틈을 노려 이웃 알바니아인들이 이주했고 현재 총 200만 인구 가운데 이슬람교도인 알바니아계가 90%인 반면, 그리스정교도인 세르비아계는 5%에 불과하다. 세르비아는 1912년에야 코소보의 영유권을 재확보했다. 코소보 독립은 유럽 내 소수민족의 독립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세르비아는 코소보 북부에 거주하는 세르비아계 집중 거주지역도 코소보에서 분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스니아 내의 세르비아계 자치지역인 스르프스카 공화국의 독립도 요구했다. 코소보의 독립은 분리주의 운동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세르비아의 후견인인 러시아도 서방이 코소보 독립을 승인한다면 보복조치로 옛 소련 소속인 그루지야 안의 친러시아계 2개 자치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겠다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분리주의 바람에서 EU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바스크와 카탈루냐(바르셀로나)가 스페인으로부터, 코르시카가 프랑스로부터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벨기에는 남북 분단 가능성이 있다.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사마르지치 코소보 담당 장관은 "발칸반도에서 민족별로 국경을 나눌 경우 필연적으로 전쟁으로 이어진다"며 "서방이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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