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을 서둘지 않고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현재의 기준금리(2%)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FRB는 5일(현지시간) 기준 금리(2%)를 지난 6월에 이어 또 동결했다. 이날 열린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성명서에서 “경제성장 하강 위험이 여전히 높지만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도 중대한 우려가 되고 있다”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FRB가 인플레이션 상승을 우려하면서 금리 인상을 시사한 6월의 매파적 입장에서 다소 후퇴했다는 점이다. 8월 FOMC 성명서에는 “성장 둔화 위험성이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6월의 문구가 빠져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2ㆍ4분기 성적표도 예상보다 낮은 1.9%를 기록한데다 7월 실업률이 5.7%로 치솟는 등 최근 악화된 경제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FRB는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 FRB는 “에너지와 일부 상품 가격의 상승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인플레이션이 올해 후반기나 내년에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플레이션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FRB는 물가와 경기 방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에 균형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직면한 FRB로서는 어느 한쪽 방향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앞서 7월 벤 버냉키 의장은 의회증언에서 미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FRB가 경기와 물가를 동시에 우려한 점은 시장에 올바른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번 성명서를 보면 정책 기조를 변경할 것이라는 신호를 찾아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FRB가 언제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일단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올해 FOMC는 9월과 10월, 12월 3차례 남아 있다. 이날 미 연방금리 선물은 9월 중 금리동결 가능성이 종전 68%에서 77%로 높아졌고, 10월 동결 가능성은 48%에서 55%로 올랐다. 연내 금리동결 가능성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지만 조기 인상 가능성에도 여전히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말까지 긴축 기조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존 실비아 와코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의 향후 정책 방향성은 분명히 긴축이지만 올해 말까지는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상황이 6월 FOMC 때보다는 더 악화되고 있고 4ㆍ4분기 중 ‘더블딥(이중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긴축정책으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브라이언 베툰 글로벌 인사이트 금융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시장의 일반적 분석과 달리 내년 내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아예2010년까지 현행 수준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뉴욕=권구찬특파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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