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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초월한 한국영화 폭발신 엄청나네
기술력 할리우드와 어깨… 지원책은 걸음마■ 영화 '타워' 흥행 돌풍으로 본 국내 CG산업 현주소모팩 등 레드오션 중국 시장 탈피미국 시장서도 실력 인정 불구… 기획력·기반 산업·예산 미흡"R&D강화·세제혜택 등 통해 아시아 CG제작 전진기지 모색을"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CG가 완성되기 전후를 보여주는 영화 '타워' 속의 한 장면. 상상력을 스크린으로 옮겨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면서 한국 CG산업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디지털아이디어
미드 '스파르타쿠스'
#. 영화'타워'속 초고층 주상복합빌딩'타워 스카이'. 타워의 위용은 100% CG(컴퓨터그래픽)의 힘을 빌려 탄생됐다. 타워를 둘러싼 서울 여의도 시가지 역시 실제로 찍은 것은 극히 일부. 한강의 살얼음, 날아 다니는 새, 차가 지나는 다리 등 관객들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미세한 부분까지 CG로 촘촘히 표현해냈다. CG 구현팀은 컴퓨터로 3차원 시뮬레이션을 계속 돌려보면서 최상의 그림을 뽑아냈다.
한국형 재난 영화'타워'가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총 3,000컷 중 CG로 처리된 게 약 1,700컷에 이를 정도니 제2주인공을 CG라 칭할 만 하다. CG가 다량 포함된 영화의 흥행은 한국 CG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힘이 되기도 한다. 조금씩 파이를 키우고 있는 한국 CG산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지난 해 영화 분야에 한정한 CG, 즉 VFX(Visual Effect)산업 규모는 약 300억원에 달한다. 김재하 한국CG산업협의회 회장(서울예대 교수)는 "영화 완성품 진출보다 CG와 같은 기술적인 부분의 해외 수출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 CG 업체 수는 대략 50여 개. 그 중'7광구'의 CG를 담당한 모팩,'타워'의 디지털아이디어, 넥스트비주얼 등 10여 개 업체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기업들간의 국내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박영신 디지털아이디어 대표는"국내 영화 시장에서는 VFX 기술력의 공급이 이미 수요의 2배에 이른다"며"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은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부분은 중국 영화 시장을 놓고 경쟁한다. 6년 전 국내 CG업체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한 유희정 넥스트비주얼 대표는"중국은 표현할 수 있는 영화 장르에 한계가 있고 그래서 중국영화 대부분은 대규모 전쟁 장면이 들어간 고대 서사물이나 판타지가 많다"며 "CG 업체 입장에서는 판타지나 전쟁 영화에 CG가 많이 쓰이고, CG가 제작비의 10%이하인 우리나라에 비해 20%이상을 책정하는 중국 시장을 눈 여겨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활기를 띄었던 중국 시장도 점차'레드오션'으로 변해가는 양상이다. 유 대표는"외국 업체들이 중국에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돼 버렸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뛰어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시장에도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 드라마'스파르타쿠스'에 참여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모팩은 국내 소빅글로벌펀드가 참여한 영화'더 라스트 나이츠'의 전체 CG를 맡으면서 할리우드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CG와 실사의 벽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추세"라는 최재천 VFX 총감독('타워'시각효과 담당)의 말처럼, CG가 영화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아티스트(CG창작자)가 지닌 기술력은 할리우드에 비견될 정도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아티스트 지원 기반 산업과 기획 능력, 예산 규모 등을 비교했을 때는 전체 수준에서 아직 턱 없이 미흡하다.
최 VFX 총감독은"할리우드는 R&D 기반이 강해 아티스트가 필요한 프로그램을 요구하면 그 때 그 때 만들고 그것을 상품화 한다"며"우리는 그것을 사다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우리도 R&D팀을 강화하고 자체적으로 툴(tool)을 만들어낼 때"라고 강조했다. 국내 CG 업체는 현재 자체적으로 R&D 팀을 꾸려 놓기는 했지만 대규모로 구축돼 있지 않아 제 구실을 해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에서는"한국콘텐츠진흥원의 CGI 지원 사업 등이 크게 도움이 되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을 아시아 CG제작 전진기지로 만들려면 캐나다·홍콩·싱가포르처럼 세제혜택 등 다각도로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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