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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로 간 무왕의 혼… 미륵사지서 '백제의 숨결'을 느끼다

관광공사 '일본인 관광객 유치 전주권 여행' 동행해보니

백제 무왕 - 신라 선화공주 러브스토리

진실 논란 '사리장엄' 특별 전시 관람

비빔밥 비벼보고 한옥마을 관광은 덤

지난 9월28일 서울~전주권 셔틀버스를 통해 익산 미륵사지를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들이 ''미륵사 동탑''의 실물크기 모형을 쳐다보고 있다. 일부가 남아 있는 서탑은 현재 해체된 후 복원과정을 밟고 있고 동탑은 터만 남아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전주 한옥마을을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둘러보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정읍의 전통주 장인에게 한국 전통주 만드는 법에 대한 설명 듣고 있다.

지난 9월28일 일본인 관광객을 태운 전세버스가 전라북도 익산 미륵사지(彌勒寺址) 앞에 섰다.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에는 2009년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굴된 '사리장엄'이 특별 전시 중이었다.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의 진실 여부에 관한 논란을 일으킨 바로 그 사리장엄이다. 일본인 관광객들의 눈이 빛났다. 한국인에게도 쉽지 않은 역사에 이들이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것이 흥미로웠다. 백제의 역사는 곧 고대 왜(일본)의 역사와 연결된다. 백제인들이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의 미륵사와 석탑은 일본 사찰의 원형이기도 하다.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폐허의 미륵사지에서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고 꼼꼼히 살펴보던 이유다. 미륵사지 석탑은 해체와 조사를 마치고 이제 조립을 시작해 오는 2016년 말까지 해체 전의 14.6m의 높이로 복원된다고 한다.

◇지방으로 관광객 분산 필요=가까운 나라답게 일본인들은 한국 관광에 익숙하다. 몇 번이나 때로는 수십 번씩 방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다만 대개가 일본에서의 항공편이 있는 서울이나 부산·제주도에 집중된다. 교통 불편으로 기타 지방까지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번에 한국관광공사가 시도한 것은 이들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이다. 민간 여행사들이 지방 여행상품을 팔고는 있지만 가격이라든지 관광코스의 품질 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 이를 개선하고자 한국관광공사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결해 이번에 서울에서 출발하는 당일 전주권 투어 상품을 선보였다.

전주권 가운데 4곳의 관광지ㆍ체험장 방문과 함께 점심이 제공되고 가격은 1만엔(약 10만원)이다. 일단 시작하는 단계인 관계로 관광공사와 해당 지자체가 버스 비용은 부담한다. 여행사가 관광객을 모으고 나머지 관광비용을 부담한다. 지자체는 방문지역에 대한 선정에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버스가 서울을 출발한 것은 오전7시. 시원스런 고속도로를 달려 전북 익산에는 오전9시30분에 도착했다. 유물전시관을 둘러보고 미륵사지 석탑의 해체와 조립이 진행 중인 현장도 방문했다.

1시간 동안의 투어를 마친 버스는 다시 전주로 북상했다. 전통문화체험장에서 전주비빔밥을 만드는 체험이다. 전문가의 안내로 1시간 동안 비빔밥을 비벼보고,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다음 방문지는 전주 한옥마을이다. 조선시대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울의 북촌 같은 느낌이지만 좀 더 복잡하다. 단순한 보존을 넘어서 이들 한옥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정읍으로 가서 한국 전통주를 계승하고 있는 명인으로부터 전통주의 제조과정을 견학하고 직접 마셔보기도 했다. 버스가 서울로 출발한 시간은 오후5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원래 출발했던 명동에 관광객들을 내려주면서 당일 전주여행이 끝났다.

◇침체된 일본 관광시장 '테마관광'으로 극복=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줄어들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15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1%가 감소했다. 역사문제 등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한 감정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실제로는 환율이 가장 큰 이유다.

매년 늘어나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가시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2012년 9월부터였는데 이는 엔저로 들어간 시기와 정확히 맞물린다. 원·엔 환율은 2012년 6월 100엔당 1,506원을 정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 9월 말에는 965원까지 하락했다. 2년 전에 비해 엔화 가치가 절반 수준이 된 것이다. 이는 일본인의 관점에서 한국 관광 비용이 두 배로 비싸지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위안화는 1위안당 185원에서 170원으로 소폭 떨어졌을 뿐이다. 환율에 중국인 관광객이 받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물론 상황만 탓하면서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관광시장은 이미 포화됐다는 인식 아래 지방 관광을 늘이려는 것이 관광공사가 이번 행사를 계획한 이유다.

일단은 성공이다. 이날 프로그램을 위해 버스를 탄 일본인 관광객은 모두 14명. 호응도 좋았다. 1회 승객이 대략 15명 정도면 관광공사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여행사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관광공사가 여행사의 자체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투어에는 쇼핑 코스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문제는 일본인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쇼핑 장소를 헤매게 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미 일본인들은 누구보다 안목이 높기 때문이다.

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한일 외교갈등 등 일본인 방한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개별 여행객과 재방문자를 타깃으로 한 지방관광으로의 관광시장 회복의 활로를 찾고자 하는 데 이번 셔틀버스 상품이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일 지방관광 프로그램 잇따라=한국관광공사는 9월 한 달간 시작한 전주권 투어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울-지방 투어 상품을 늘리고 있다. 조선왕조 유적을 찾아가는 수원ㆍ남한산성 투어를 1일부터 시작했고 안동 하회마을 투어는 15일부터 한다. 춘천ㆍ남이섬 투어는 16일부터다. 모두 금ㆍ토ㆍ일요일에 버스가 서울에서 출발한다. 모두 당일 관광 상품이다. 상품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관광공사 홈페이지(http://japanese.visitkore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4월에 시범 실시한 안동투어 참가자 269명의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어 참가자들은 평균 열두 번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남녀 비율로는 여자가 84%로 대부분이고 남자는 16%에 그쳤다. 방문하고 싶은 관광지로서는 강원도를 최고로 꼽았고 경주ㆍ전주가 2ㆍ3위였다. 개선사항으로는 좀 더 여유 있는 진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개별 관광객으로서 투어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단체라는 패턴에 묶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2위는 도보 코스 사전 고지를 요구했고 3위는 자유로운 식사(1인 메뉴, 자유좌석 등)였다고 한다.

/전주ㆍ익산ㆍ정읍=글ㆍ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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