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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벤처 자금지원 이렇게하자
입력2005-04-07 16:25:28
수정
2005.04.07 16:25:28
주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0년을 전후한 벤처 거품으로 인해 그동안 벤처기업이 지나치게 폄훼됐던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전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다시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듯하다.
벤처기업은 나름대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출발하지만 자금을 확보하고 출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기존 기업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나 대부분 벤처기업은 담보도 없고 신용도 부족하기 때문에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힘든 형편이다.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첫째, 벤처캐피털의 규모가 확충되고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런데 벤처 투자의 위험성이 높다 보니 선진국에서도 벤처캐피털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이 경우 정부가 일정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는 벤처캐피털 투자의 위험을 경감시키고 기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세제 지원 등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정자금을 벤처펀드에 지속적으로 출자함으로써 벤처캐피털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벤처캐피털 규모가 커진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미 과거 벤처 붐 시기에 경험했듯이 벤처캐피털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다하면 자본시장의 선별기능이 저하되고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 정부의 과도한 벤처펀드 출자는 오히려 벤처캐피털시장을 망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펀드 운영과 투자 업무는 공공 부문이 직접 수행할 것이 아니라 민간 부문에 맡겨놓아야 한다.
둘째, 코스닥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코스닥시장이 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를 획득해야 하고 독립적ㆍ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코스닥 활성화가 이유 없는 주가상승이나 등록 요건 완화를 통한 진입 확대를 의미해서는 안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듯이 이유 없는 주식가격 상승은 언젠가는 폭락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수익모델을 갖추지도 못한 벤처기업의 무분별한 등록은 또다시 ‘사이비 벤처’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나스닥의 등록기업이 2001~2003년 기간 중 코스닥보다 더 적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위적인 코스닥 부양은 부적절하며 중장기적으로 벤처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기술신용보증과 창업지원자금도 벤처기업의 자금 애로를 경감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조차 투자하기 어려운 창업 벤처기업은 기술평가를 통해 어느 정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창업지원자금은 벤처기업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지만 사업 출발이라는 첫 단추를 꿸 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고 했다. 정부의 신용보증 지원이나 정책자금 융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01년 벤처기업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대한 2조2,000억원 규모의 보증과 같은 잘못된 경험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요컨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투자자금의 회수로 연계되는 벤처캐피털ㆍ코스닥의 벤처 자금 선순환구조가 정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의 기술신용보증과 창업지원자금은 벤처기업 금융에 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벤처기업을 선별하는 기능은 정부의 몫이 아니라 시장의 몫이다. ‘옥석 가리기’가 정부의 과다한 지원이나 역할로 방해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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