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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에서는 쌍방이 서로의 목표를 이야기하는 대화의 틀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 틀 속에서 서로의 입장을 터놓고 얘기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빔 콕(67) 전 네덜란드 총리는 노동연구원 초청강연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대화의 성공요건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사회적 대화의 법적 지위에 대해 “사회적 대화에는 법적 구속력이 따르지 않지만 사회ㆍ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95년 네덜란드의 유연안전성 협약을 예로 들며 노동재단이 오랜 토의 끝에 만장일치로 마련한 권고안을 정부가 수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를 100% 법에 반영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노동재단은 노조연맹과 사용자단체로 구성된 민간 자문조직이다. 콕 전 총리는 또 “한국의 노사정위원회가 성과를 거두려면 우선 노사정 모두 사회적 대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무엇인지 파악해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적 대화가 주는 이익이 얼마나 큰 지를 이해하고 이를 가로막는 장벽을 파악한 뒤 제거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 노사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폴더모델’에 대해서는 “때에 따라 제 역할을 못하고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가 있지만 여전히 노동의 유연성이나 안전성, 경제적 효과 등을 위해서는 아직도 효과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폴더모델은 82년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로 한 바세나르협약을 통해 네덜란드를 마이너스 성장에서 플러스 성장으로 노사갈등에서 노사합의로 이끌어 낸 경제ㆍ사회적 변화를 말한다. 한편 콕 전 총리는 노사정 대타협으로 ‘네덜란드의 기적’을 일궈낸 주역이다. 61년부터 네덜란드 노총 NVV(86년 이후 FNV)에서 활동했으며 82년에는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노동계의 상당한 양보로 바세나르협약을 체결하는 데 기여했다. 94년 총선에서 승리한 그는 7년 동안 3당 연립정권을 이끌면서 각 당의 이해관계를 매끄럽게 조정해 ‘타협의 예술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좌파 성향을 띠고 있지만 사회주의 이념과 자유시장경제를 적절히 혼합한 정책을 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제3의 길 설계사’로 칭송하기도 했다. 2003년 4월에는 네덜란드에 7명뿐인 명예장관(종신 국가고문 격)에 임명됐다. 현재 ING그룹과 KLM,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 등 민간 기업의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정치ㆍ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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