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확산되는 ‘광우병 괴담’을 가라앉히기 위해 정부와 한나라당이 내놓은 대책은 국민들이 ‘원치 않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도록 선택권을 보장해주고 광우병 위험물질(SRM)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검역망을 한미 간 합의한 내용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재협상’의 어려움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조건 개정’의 가능성은 열어둠으로써 여론을 감안해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는 데 원산지 표시와 SRM에 대한 검역 강화 등의 당정 대책이 실효성을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법망을 뚫고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불법 유통될 가능성을 완전 차단할 수는 없는데다 월령 확인이 되지 않는 SRM 반송 조치 등은 미국 측의 합의를 얻어내기도 쉽지 않은 가운데 7일 열리는 쇠고기 청문회에서 이번 대책의 실효성과 특별법 및 재협상을 둘러싼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고돼 있다. ◇공포 요인 제거에 총력…실효성은 불투명=당정이 6일 마련한 쇠고기 종합대책의 핵심은 한미 합의문의 기본 틀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SRM 검역을 강화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쇠고기 원산지표시제 적용 식당을 현재 면적 300㎡ 이상에서 오는 6월에는 100㎡ 이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영세식당이나 학교ㆍ병원ㆍ군부대ㆍ구내식당 등 집단급식 장소에서 주로 유통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모든 식당과 집단급식에서 쓰이는 고기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또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30개월 이상 소’에 대한 국민의 공포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는 뇌와 눈ㆍ머리뼈와 같이 30개월을 기준으로 SRM 여부가 달라지는 품목의 경우 월령 확인이 안 될 경우에는 해당 물량을 모두 반송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가 실행되면 광우병 발생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 소의 SRM 수입이 원천 봉쇄되고 소비자들이 ‘모르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될 염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광우병 공포를 근본적으로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월령이 확인되지 않는 SRM에 대한 불합격 조치의 경우 미국 측의 반발이 예상되는 사항으로 미국 측을 설득시킬 수 없다면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부가 검토하겠다는 우리 측의 미국 작업장 상주 문제 역시 미국의 검역주권과 관련된 사항으로 미국 측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재협상’이냐 ‘개정’이냐=이 같은 이유 때문에 당정 고위협의회에서 마련된 대책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문제를 둘러싼 여야 공방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 밖에도 두차례에 걸쳐 기자들과 ‘끝장토론’을 벌이는 등 국민 불안을 없애고 항간의 광우병 논란 해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7일 열릴 쇠고기 청문회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야권에서 지난 4월의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집중적인 추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쇠고기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쟁점은 ▦지난해 10월 1차 협상 당시와 확연하게 달라진 협상단의 입장 ▦미국산 쇠고기의 실제 안전성 ▦대통령 방미 일정에 맞춘 졸속 협상 ▦미국과의 재협상 가능성 여부 등이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식품부는 6일 보건복지가족부와의 합동 브리핑에 앞서 배포한 문답 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관심이 집중되는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국제기준이 바뀔 만한 과학적 근거가 나오거나 대만ㆍ일본 등 다른 나라가 미국과의 협의에서 우리보다 강화된 수입위생조건을 체결할 경우 재협상이 아닌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협상단의 입장 변화에 대해서는 “1차 협상 때의 우리 측 대응 논리가 국제적으로 검증된 과학적 근거가 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이 강화된 사료금지조치를 받아들이고 한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존중하는 선에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쇠고기 협상에 관해 강도 높은 정부 압박이 예상되고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고위당정협의에서 “OIE에 맡길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며 재협상 검토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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