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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6월 9일] 지원에 안주하는 '좀비 기업' 솎아내야
입력2009-06-08 17:52:34
수정
2009.06.08 17:52:34
대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우량ㆍ불량기업을 가려 선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한다. 가망이 없는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과감하게 퇴출시킨다는 방침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정책방향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중소기업 대책은 구조조정보다 회생과 지원에 치중했다. 도산과 감산ㆍ감원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무조건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대출금리도 신용도가 좋은 대기업보다 더 낮게 책정하는 파격조치를 단행했다. 이 같은 정책에 따라 금융위기로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졌던 많은 중소기업들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량 실업사태를 방지하는 등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벤처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에 대한 묻지마식 지원이 많은 부작용을 낳았듯이 이번에도 그런 전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정상적인 조건에서라면 이미 퇴출됐어야 마땅할 기업들까지 정부 정책자금에 기대 살아 남는 ‘좀비기업’들을 양산한 것이다. 무리한 보증 확대와 대출 지원의 후유증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1.70%였던 중소기업 대출금 연체율이 지난 4월 말 2.59%로 치솟아 금융기관의 부실이 그만큼 늘어났다. 정책자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한가 하면 일부 기업들의 경우 정책자금 대출을 받은 뒤 폐업하고 잠적하는 도덕적 해이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좀비기업들이 계속 시장에 버티고 있으면 덤핑과 출혈경쟁 심화로 시장의 불신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경제회생도 기대하기 어렵다.
미증유의 금융위기 초기 기업을 살리는 일이 화급하고 경황이 없다 보니 정책 혼선을 빚은 것은 일견 이해된다. 그러나 퍼주기식 지원으로 기업주가 정책자금을 받아 개인용도로 사용하거나 해외로 도피하는 등 외환위기 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뒤늦게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책방향을 전환한 것은 잘한 판단이다.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국내의 각종 지표도 회복세를 보이는 지금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는 적기다. 옥석을 가려 자금을 지원할 가치가 있는 기업은 선별 지원하되 지원해도 가망이 없는 한계기업은 과감히 솎아내 시장기능에 의해 진입과 퇴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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