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겸 정치인’ 악용 막을 장치 없어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백지신탁을 느슨하게 관리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백지신탁 매각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백지신탁과 관련해 유일하게 안전행정위원회에 올라와 있다. 이 개정안은 고위공직자가 재임 기간에 본인 보유 주식을 금융기관에 보관하고 퇴임 후 돌려받는 백지 ‘관리’ 신탁제도 도입이 주요 내용으로 매각을 원칙으로 한 현행 제도보다 느슨하다.공직자윤리법상 소속 상임위 관련 주식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이를 백지신탁해야 하며 신탁주식은 수탁기관이 ‘60일 이내’에 팔게 돼 있다. 그러나 매각이 안 되면 기간 연장을 무제한 할 수 있어 60일 기한은 유명무실하다
개정안은 현 제도가 기업인의 경영권, 주식을 모두 포기하게끔 해 결과적으로 인재의 공직 진출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기업인이 공직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경남기업 주식’이 백지신탁 대상이었으나 ‘보유 주식과 상임위 활동에 직무연관성이 없다’며 행정소송을 내 의원직을 잃어 소를 취하할때까지 2년간 시간을 끌었다.
상당수 기업인 출신 의원들은 보유 주식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상임위로 옮기는 등 백지신탁 매각을 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신분으로 여러가지 경로로 정보를 얻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백지신탁 대상이 되는 직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19대 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원이 백지신탁한 주식 중 처분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 이후 본인·가족 보유 주식을 백지신탁한 의원 6명의 주식은 현재까지 모두 매각이 안 된 상태다. 2012년 7월 ‘반도산업’ 주식 5억5,000만원 어치를 백지신탁한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 ‘한국라이스텍’ (7억3,500만원)· ‘웰라이스’( 2,450만원)을 백지신탁한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 ‘에이치앤철강’ 등 3개 업체 주식(약 7억원어치)를 백지신탁한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 등이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과 박덕흠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도 백지신탁 주식매각 없이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