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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700m 어둠 속에서 빛난 동료애

"친구, 내가 구조캡슐 맨 마지막에 타겠네"<br>칠레광부 33인 13일 구출 시작… 48시간 걸릴 듯

"그들과 논쟁을 벌였습니다. 모두 첫번째가 아닌, 맨 마지막에 나오길 원해서입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숱한 드라마를 연출했던 칠레 코피아포 인근 산호세 광산 매몰광부 33명이 구출을 앞두고 또 다시 진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10일(현지시간) 하이메 마냘리치 보건장관은 광부들이 서로 구조캡슐 먼저타기를 양보했다고 전했다. 두 달 넘게 지하 700m 갱도에 갇힌 33명의 광부들은 13일부터 '불사조'라는 별명이 붙은 구조캡슐을 타고 지상으로 탈출할 예정이다. 당국은 모두가 지상으로 나오기까지 48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마냘리치 보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조순서를 상의하기 위해 광부들과 통화했는데, 여러 명이 최후까지 남겠다며 다퉜다"고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한 광부가 "내가 마지막에 나가겠다"고 하자, 다른 광부가 "안돼, 친구, 내가 맨 나중에 나간다고 말했네"라며 막아 섰다. 그러자 또 다른 광부도 "안돼, 안돼, 정말로… 내가 마지막에 나가게 해줘, 제발"이라며 의지를 꺾지 않았다. AP 통신은 몇몇이 가장 먼저 나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종 구조순위는 광부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지하로 내려 갈 해군과 국영 광산회사 코델코의 의료보조원 두 명에 의해 결정된다. 구조팀은 일단 첫 번째 캡슐 탑승자로 체력이 가장 좋은 사람을 정해 구조과정의 안전성과 돌발상황에 대비할 방침이다. 다음 순서는 고혈압 당뇨 등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 가장 마지막은 체력 뿐만 아니라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선정된다. 최후의 1인은 동료들이 떠나는 동안 차례를 기다리며 심리적 압박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캡슐이 오르내리는 데는 1인 당 20분에서 1시간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좁은 캡슐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광부들의 건강도 염려된다. 과도한 긴장 때문에 구조도중 고혈압 또는 혈압저하, 혈액응고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부들은 10일부터 매일 100㎎가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 구조 6시간 전부터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ㆍ나사)가 제공한 액체로 된 고칼로리의 특별식을 섭취할 예정이다. 구조 캡슐이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10~12차례 350도 회전할 때 구토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는 구조 도중 통로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캡슐이 내려갈 입구에 금속관을 지하 100m까지 넣는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광산 근처에 상주하며 피 마르는 시간을 보낸 광부들의 가족들은 안전문제에 이상이 없다는 당국의 설명에 환호하며 구조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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