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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1월 21일] 오바마 방한, 그 이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첫 아시아 순방을 둘러싼 현지 언론들의 반응은 '성과 없는 회담이었다'는 평가에 가깝다. 금융위기 이후 추락하는 미국의 위상만 확인했다는 비판이 다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순방을 '독단적'으로 변모한 일본과 세계 수위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실체를 확인한 '힘든 여정'이었다고 평했다. 우리나라와의 회담 결과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해석되는 분위기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이 풀어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자동차 협상 등에 관한 미 측의 수정 제시안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되려 우리 정부가 차 문제에 관해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승부수를 띄우며 미 측의 부담을 덜어줘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갈지(之)자 행보'는 기실 미국이 처한 이중적 상황을 드러내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아시아에 도착해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침체되고 있는 자국 시장을 감안해 '무역 불균형을 시정해달라'는 주문을 해야 했다. 아시아 내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확대도 약속했으나 현안인 한미 FTA 마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입지 등까지 감안할 때 신속한 비준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 내에서 중국의 비중이 커지고 있어 '유일한 혈맹'이었던 미국과의 관계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FT는 다른 기사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도 미국과의 교역 비중을 줄이고 중국과의 연계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기실 외교관계에 있어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초보 대통령' 오바마의 외교적 능력을 평하기에 앞서 세계를 리드하기엔 힘이 부치게 된 '미국의 오늘'에 대한 이해가 더 요구된다는 생각이다. 혈맹에 대한 예우보다는 실리와 국익을 따지는 협상 자세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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