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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상처받는 여림이 약점 아닌 강점"

■ 섬세 (김범진 지음, 갤리온 펴냄)


누군가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목표(Goal)인가, 과정(Process)인가를 묻는다면 당신은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짧은 시기에 압축적인 성장을 이룬 우리 현대사의 경험 때문인지 우리는 성취 지향적인 것을 성공적인 삶으로 동일시해 왔다.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듯이 살지만, 목표 달성에서 느끼는 성취감 만이 인생의 행복이고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한다면 우리 인생이 경마장의 경주마와 다를 게 없다. '섬세'라는 제목의 이 책은 섬세한 것은 결이며, 서로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세상의 교육은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우리는 당위성 앞에 모두 무릎을 꿇고 옳고 그름을 확실히 구분해 옳음 속에 자신을 위치시키고자 애처로운 노력을 계속한다. 그래서 타인의 맥락을 읽고 느끼기에 앞서 맞는 지 틀린 지 즉각 판단하는 것이 앞선다. '세상이 당신에게 은밀히 요구하는 것' 이라는 이 책의 부제 덕분에, 이것이 혹시 처세에 관한 책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면 전적으로 오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처세를 뛰어넘는 통찰과 철학을 담은 좋은 책이다. 또 한 가지, 저자와 책 내용이 이렇게나 잘 연결되는 걸 보는 일도 즐겁다. 베스트셀러 '1250도 최고의 나를 만나라'로 유명한 저자는 현재 코칭센터 '나우 코칭'의 대표다. 김범진의 다른 책도 좋지만, 오래 그를 지켜봐 온 지인으로서,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진면목에 가장 가까이 있는 책으로 읽힌다. 거기에는 강한 주장도 끈질긴 설득도 없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느끼면서 생각을 나눌 뿐이다. 경쟁 사회생활에서 우리는 '센 척'해보고, '똑똑한 척'해보지만 결국 그 모든 '척하기'는 공격 당할까 미리 취하는 방어에 불과한 것임을, 그만큼 잔뜩 긴장한 약함을 드러내는 것 뿐임을 발견한다. 책에서는 "섬세는 고운 비단이 피부를 스칠 때 느껴지는 찰랑찰랑한 부드러움이다. 아기의 볼을 향하는 엄마의 손길이며, 악기와 하나되는 음악가의 손동작이다. 부드러움은 생명"이라고 말한다. 세상으로부터 쉽게 상처 받는 모든 여린 영혼의 소유자들에게, 그 여림이 약점이 아닌 섬세한 강점임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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