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당 쇄신특위가 전날 '끝장토론'을 통해 당 쇄신을 위한 지도부 사퇴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한 것과 관련, 박 대표는 회의 석상에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표는 평소와 다름없이 모두 발언을 통해 한ㆍ아세안 정상회의와 6월 국회 문제 등 국정현안에 대한 평가만을 내놓을 뿐 쇄신안에 대해 일절 함구했다. 그는 다만 "새벽에 천둥번개가 무섭게 치더니 지금은 조용하다"면서 "요즘 당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짧게 말했다. 당 쇄신론을 놓고 참석자들의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속에서도 박 대표는 묵묵히 이를 경청하기만 했다. 특히 남경필 의원이 회의에서 "지도부가 쇄신안에 대해 빨리 답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박 대표는 "(쇄신특위로부터)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 받은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박 대표가 침묵을 지킨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쇄신파들의 거센 요구에 어떻게든 수습책을 제시해야 하는 가운데 6월 국회를 앞두고 '적전분열'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여당 대표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방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 시점에서의 어정쩡한 사퇴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을 단절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어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현재 박 대표의 심정이 '나더러 그럼 어쩌라는 것이냐'는 답답함이 가득한 것으로 안다"면서 "일단 당 쇄신론의 분수령이 될 4일 연찬회를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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