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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차기 총리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경기부흥을 위해 내년 회계연도에 재정지출 상한을 없애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일본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이날 아베 총재의 경기부양 압력에 굴복해 양적완화 규모를 10조엔 더 늘리기로 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재의 최측근인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정조회장은 이날 닛케이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부흥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44조엔으로 정해진 연간 국채발행 상한선을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장기적인 재정건전화 목표는 포기할 수 없지만 디플레이션을 탈피하려면 앞으로 1~3년간은 유연하게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선에서 패한 민주당 정권은 지난 8월 재정건전화를 위해 연간 국채발행 한도를 44조엔으로 설정하고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재정지출 상한도 71조엔으로 제한했다. 아베는 또 내년 3월 말로 끝나는 2012회계연도용으로 최대 10조엔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마리 정조회장은 이날 이와 관련해 "내년 1월11일까지 종합적인 긴급 경제부흥대책을 마련해 15일까지 내각의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차기 아베 정권이 경기부양을 위한 공격적인 재정지출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일본의 재정적자와 국채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7%로 지금도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하지만 그동안 무제한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경고해온 BOJ도 아베 총재에게 백기를 들면서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합동으로 경기부양에 올인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BOJ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규모를 기존의 91조엔에서 101조엔으로 10조엔 더 늘리기로 했다. BOJ의 양적완화 확대는 10월 이후 2개월 만이며 올 들어서만도 다섯번째다.
BOJ는 또 아베 총재가 요구한 물가억제 목표 상향조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는 이날 중장기적인 물가안정 목표를 검토해 내년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18일 아베 총재는 시라카와 총재에게 무제한 금융완화로 물가억제 목표를 현 1%에서 2%로 올리는 방향으로 정책협정을 맺자고 제안했다. 기준금리는 최저수준인 현 0~0.1%로 동결했다.
니시오카 준코 RBS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새 정권의 공격적인 통화정책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며 "BOJ 총재가 바뀌는 내년 4월 이후에는 지금보다 더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노 마사아키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BOJ가 내년 1월에도 연속으로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재는 새 내각의 재무상에 아소 다로 전 총리를 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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