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은 상변을 오래 전에 포기하고 있다. 그쪽을 내주는 대신 중원에다 더 큰 집을 얽어 볼 작정이다. 그것을 잘 아는 이세돌은 백52, 54로 자기 말의 수습부터 서둘렀는데…. 백54의 시점에서 최철한은 갈등에 빠졌다. 상변을 살리려면 지금이 찬스인데 중원의 흑대마가 불안하다. 그는 상변을 살리지 못하고 흑55로 끊었다. 이 점을 희생타로 하여 백 4점을 끊어 잡겠다는 수순이다. “그런데 희생타 치고는 너무 컸어.”(윤준상) 상대에게 기분좋은 빵때림을 제공하고서 꼬리 부분의 백 4점을 잡겠다는 발상이 이상했다. 이세돌은 백64로 따내기에 앞서 백58 이하 62를 선수로 두었다. 이 수순을 통하여 백의 상변쪽 외세는 갑절로 강력하게 되었다. 87트리오는 이구동성으로 최철한의 흑55를 헤픈 작전이었다고 성토했다. 중원 왼쪽 백대마 전체를 노렸어야 했다는 얘기였다. 공격의 급소는 참고도1의 흑1 이영구가 찾아낸 통렬한 수였다. 만약 백이 2로 응수하면 3으로 키워죽이는 멋진 희생타 전법이 있다. 흑11까지가 예상되는데 흑의 외세가 굉장하게 부푸는데다 백대마는 아직도 미생이다. 이 코스는 백의 최악이다. 그러므로 백으로서는 아예 손을 빼고 상변을 접수할 수밖에 없으며 흑은 참고도2의 3 이하 7로 두어나가게 된다. 이것이라면 흑도 불리한 대로 희망을 품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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