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세계 주요 경제권의 경기가 여전히 부진할 것이라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CEO들은 올해도 수요 부진이 지속되며 기업 이익을 옥죌 것이라 평했고, 일부는 2차 침체인 '더블 딥'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 주요 그룹 CEO들과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이와 같이 밝히며 CEO들이 위기 경영체제의 지속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CEO들이 거의 한 목소리로 올해 역시 까다로운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며 "이들은 올해 EU 경제가 '활기 없는 성장'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 있으며 기업 이익도 부진할 것이라 평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유럽 기업들은 금융위기 개선 흐름과 더불어 전년 대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는 비용 절감에 따른 것으로 실질적인 수요 회복세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CEO들은 각국의 가계와 기업, 정부가 높은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는 점을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꼽았다. 독일 생명과학그룹 DSM의 피크 시베스마 CEO는 "올해 산업 회복세가 평탄치 않으리라 본다"며 "'더블 딥' 침체나 '제로 성장'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대표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CEO도 "올해 키워드는 '내핍'"이라며 "비용을 삭감하고 조직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CEO들은 올해 유일하게 활성화될 분야가 주가상승 및 이자율 하락에 근거한 기업간 인수ㆍ합병(M&A)라고 진단했다. 독일 UBS은행과 영국 보스턴투자컨설팅에 따르면 유럽 5개 대형 기업 중 한 업체는 올해 5억 유로(7억1,600만 달러)이상을 M&A 비용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유럽 CEO들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EU 기업들의 생산 거점이 이머징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했다. 스위스 전자공학기업 ABB의 미셀 디마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규 주문의 절반 이상이 이머징 마켓에서 오고 있다"며 "생산 거점을 서부 유럽에서 신흥시장으로 옮기는 게 극도로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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