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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7월 29일] 모건스탠리의 선택
입력2009-07-28 17:03:22
수정
2009.07.28 17:03:22
존 맥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직원을 자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내부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지난 2000년대 초 크레디트스위스의 미국 내 투자은행(IB) 사업 부문인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CEO를 맡았을 때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1만명을 해고했다. 그에게는 칼로 베듯 직원을 자른다는 의미에서 '나이프(knife)'라는 별명이 붙었다. 실적이 저조하면 사람을 줄여 이익을 남기는 경영 패턴은 모건스탠리의 사령탑을 맡은 이후에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초유의 금융위기에는 이런 경영방식이 먹히지 않았다.
모건스탠리는 2ㆍ4분기를 포함해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라이벌 골드만삭스는 분기 사상 최대인 34억달러의 흑자를 내 올해 말 최대 보너스 잔치를 벌일 태세다. 미 금융당국의 골칫거리인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조차 2분기 연속 흑자를 냈으니 모건스탠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모건스탠리가 금융위기 앞에 가장 '정직한' 대차대조표를 투자자에게 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두 라이벌 은행의 실적 명암은 주식과 채권ㆍ상품 등의 트레이딩 분야에서 갈렸다. 골드만삭스는 과도한 위험을 무릅쓰고 배팅을 한 반면 모건스탠리는 안전 제일 위주로 투자를 한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골드만삭스가 트레이딩 포지션에서 하루에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예상 손실액(원금손실위험도ㆍValue at Risk)은 2억4,500만달러로 모건스탠리보다 2배가량 높다.
매 앞에 장사 없듯 3분기 연속 적자 앞에 버틸 재간이 없는 노릇이다. 채권 트레이더 출신의 존 맥은 실적 발표를 이틀 앞둔 지난 20일 글로벌 트레이딩 총괄 책임자를 경질하고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채권 베테랑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월가의 '짠돌이'로 소문난 모건스탠리는 올 들어 두뇌이탈 조짐이 발생하자 전체 매출의 72%에 해당하는 59억달러를 인건비로 쏟아부었다. 과거 10년간 IB의 매출 대비 인건비 평균이 49%였으니 모건스탠리의 직원 보수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의 무리수는 경쟁자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의 연봉수준과 비교해보면 수긍이 간다. 모건스탠리의 1인당 연봉 수준은 골드만삭스에 비해 3분의1 수준에 불과하고 JP모건 IB 부문과 비교해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실적이 나빠도 인재를 붙들지 못하면 2류로 전락할지 몰라 택한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모건스탠리를 놓고 본다면 월가는 탐욕과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과거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다. 모건스탠리가 3ㆍ4분기에 흑자를 낸다면 금융시장이 개선되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초유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양대 원인으로 지목되는 월가의 돈 잔치와 위험투자 경쟁이 재발한 것 같아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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