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48) 영화감독의 동성결혼 발표를 놓고 들끓던 여론이 동성결혼 합법화 찬반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김조 감독 결혼, ‘잘살라’ vs ‘반쪽짜리 결혼’
영화 제작자 겸 감독인 김조광수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19살 연하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와 올 가을 결혼한다고 밝혔다. 둘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의 요구에 서스럼없이 입을 맞추기도 했다.
김조 감독은 2006년 공식적으로 커밍아웃 하고 2011년에는 동성 연인과 결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의 경우 김조 감독처럼 유명인사가 커밍아웃하고 동성결혼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조 감독은 지난 대선 때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한 문재인 후보를 결혼식에 초청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를 놓고 웹상에선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성별의 구분 없이 잘 살라’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있는 반면 ‘법적 효력이 없는 반쪽자리 결혼이다’, ‘역겹다’ 등의 의견이 대립됐다.
세간이 집중했던 김조 감독의 결혼이 이제 동성애 같은 ‘성적 지향’ 차별 금지를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찬반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국내법상 김조 감독과 김 대표는 법적 부부로 인정되지 않는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 항목 ‘뜨거운 감자’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법제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합리적 이유 없는 성별, 장애, 나이, 출신, 종교, 사상, 성적지향 등 모든 형태의 차별 금지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성적지향’ 조항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2011년 대통령 업부보고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항목에서 삭제돼 유야무야 됐다.
지난 2월 민주당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발의 했으나 두 달 만에 철회해야 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 항목을 문제 삼아 교계 등 보수단체의 법안 제정 반대가 심했다. 현재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의 발의한 법안이 남아 있으나 법제화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
이와 관련해 보수 기독계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 반대 국민연대’는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면 동성애법이 통과된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학교 성교육 시간에 동성 간 성행위를 교육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가르치게 될 것”이라며 반대 집회를 열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던 만큼 정부가 차별금지법안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권단체와 성소수단체 등으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측은 “차별금지법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인권법이므로 법안 통과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동성애가 공공연히 ‘혐오’ 대상이 되어 차별과 폭행을 겪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는 국가는 12곳으로 최근 우루과이가 중남미에선 2번째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한편 김조 감독과 김대표는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헌법 소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진 인턴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