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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씨티폰·WCDMA의 교훈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미디어의 도입도 빠르게 진행돼왔다. 하지만 당장 서비스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서비스의 도입을 허용하다 보면 유사 서비스와의 충돌, 중복투자 등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간과해온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 주도 하에 성급하게 도입됐다 실패를 맛본 신규 서비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씨티폰(CT-2)과 WCDMA다. 개인 휴대전화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던 지난 97년, 도심밀집지역 보행자에게 이동전화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씨티폰이 출현했다. 획기적인 서비스라며 대대적 마케팅이 진행됐지만 휴대전화에 밀려 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당시 공기업이었던 사업자와 정부가 국민 자산이라 할 수 있는 6,000억원을 투입해 만들어낸 초라한 성적표인 것이다. 또 WCDMA도 사업자들이 2002년 한해에만 1조3,000억원이라는 투자를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와이브로(Wibro)라는 유사 서비스의 도입으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신규 서비스 도입이 사업자의 장밋빛 꿈과 정부지원의 합작품으로 신속하게 도입된다 해도 이처럼 유사 서비스와의 관계에서 소모성 사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더욱이 정부 주도의 사업은 국민의 혈세도 투입되는 엄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손실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정보통신부와 거대 통신회사들이 주장하는 IPTV 조기도입에 대해서도 방송진영에서는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케이블TV와의 비대칭규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IP 기반 서비스는 디지털케이블TV의 진화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투자대비 산업유발 효과 역시 미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선전화(PSTN) 시장 보호를 위해 인터넷전화(VoIP) 도입지연 및 기간통신 역무로 묶어 규제를 강화하는 등 신중한 검토를 해왔던 규제당국의 모습도 IPTV 정책에서 만큼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시급한(?) 사안처럼 비쳐지고 있다. 규제당국은 신규 서비스 도입에 있어 기존의 동일영역 서비스를 어떻게 보호하고 육성할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규제철학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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