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통상ㆍ위안화 절상 압력을 피하기 위해 경제성장률 등 통계숫자를 ‘입맛대로’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20일 발표한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중국의 정부 통계에 대한 불신감을 부채질하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올 3ㆍ4분기 중국 GDP 성장률인 9.4%라는 수치는 지난 1ㆍ4분기 9.4%, 2ㆍ4분기 9.5%와 비슷하게 끼워 맞추기 위한 통계 조작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중국 정부의 통계 발표는 GDP 성장률과 경제 지표들이 따로 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조작 의심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9월5일 발표된 무역흑자액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9월 무역흑자액은 75억7,000만달러로 지난 8월 105억9,000만달러, 7월 106억달러에 비해 25%나 감소한 것으로 발표됐다. 7월부터 9월까지의 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9월 한달간 무역흑자액이 특별한 이유없이 갑자기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손을 댄 증거라는 분석이다. 홍콩 소재 크레디리요네(CLSA) 증권의 짐 워커 분석가는 “2ㆍ4분기에 비해 3ㆍ4분기에는 무역흑자액이 대폭 감소, 경제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칠 법한데도 막상 두 분기의 GDP는 비슷한 수준으로 발표됐다”면서 “중국의 GDP는 (현실이 아닌) ‘환상의 영역’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구매관리협회(PMI) 지수도 통계 조작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받고 있다. 지난 1일 중국물류구매협회(CFLP)가 7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ㆍ발표하는 중국의 PMI 9월 지수는 55.1로 8월의 52.6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당시 PMI 상승을 수출수주를 중심으로 신규수주가 늘면서 생산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발표된 CLSA가 조사한 9월 PMI(CMPI)는 지난 8월의 50.6에 비해 소폭 상승한 50.9로 나타났다. 8월 CPMI지수는 17개월래 최저치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중국의 경제 통계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거듭 제기되면서 대형 투자은행들은 중국 GDP를 자체 조사ㆍ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CLSA 측은 올 3ㆍ4분기 중국의 GDP는 8~9% 성장에 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중국이 12~13%에 달하는 경제성장을 해왔다고 추정하고 있다. 홍콩 소재 UBS 증권의 조나단 앤더슨 분석가는 “지금 (중국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이 커지고 있으며 그것은 사실로 밝혀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1일자 타임스 인터넷판은 중국의 통계 발표는 지난 80년대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중국 지방 정부들이 경쟁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과대ㆍ허위 통계를 작성하기 때문에 여전히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3월 리더수이 중국 통계국장은 지난해 중국의 31개 주정부가 내놓은 GDP 성장률 수치는 중앙 정부가 집계한 것보다 평균 3.9%포인트 높게 나왔다며 허술한 통계 시스템을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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