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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진병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성장성·기술 보고 대출 지원…기업 키우는 금융영업 필요"



뉴테크·비제조업으로 보증 영역 끊임없이 확장
드라마·영화등 문화산업에 올 2200억 보증 지원 성장의지 없는 한계기업은 보증 회수, 자원배분 않을 것
7년만에 P-CBO 발행… 제2 벤처붐 확산에도 앞장
"이제 재무제표만 보고 대출해주는 거래관행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금융권도 새로운 평가기법을 익혀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진병화(63ㆍ사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창립 22주년을 맞아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중은행들이 여전히 매출이나 순이익만 들여다보고 재무제표 위주의 대출방식을 고집해 기술력을 갖춘 많은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금융권에 일침을 가했다. 진 이사장은 또 "과거 금융위기 당시 기업내용이 좋지 않다고 대출을 옥죄고 우산을 빼앗아갔던 은행들이 이제 한파가 지나가자 그 기업들을 다시 고객으로 유치하려 하고 있다"면서 시중은행들의 안이한 영업행태를 꼬집었다. 재무부와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 국제금융센터 소장을 두루 거친 금융통이자 대표적 국가보증기관의 수장이 내린 진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는 듯하다. 진 이사장이 생각하는 기업금융의 방향은 한결같다. 무엇보다 기업의 가치와 성장성을 주요 잣대로 삼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권이 가야 할 방향은 이제 기업을 키우는 영업"이라며 "기업이 성장성이 있는지,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지 미래 가치를 판단해 대출을 결정하고 영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 만큼 더 이상 부실기업을 연명하는 데 자원을 분배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물론 잘하는 기업이라면 고액장기보증이라도 회수할 리 없지만 미래 성장에 대한 의지 없이 연명하는 기업에 지원이 지속된다면 자금운용이 비효율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보는 이미 거액의 보증을 지원받은 업체나 경쟁력을 잃은 한계기업 등을 대상으로 6가지 잣대를 개발해 단계적으로 보증 회수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그는 "한계기업에 해당되면 회수하라고 지시하고 있다"며 "대신 새로운 혁신기술을 갖춘 수많은 신규기업은 시장에서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정사회"라고 강조했다. 기보가 최근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기술(BT), 문화기술(CT), 나노기술(NT) 등으로 표현되는 뉴테크산업과 신성장산업ㆍ녹색성장산업으로 끊임없이 보증영역을 확장하는 데도 이 같은 그의 철학이 깔려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종종 북극곰의 사례를 많이 소개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극의 얼음이 녹는 만큼 북극곰이 가만히 있다면 설 수 있는 땅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만큼 적극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찾아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진 이사장은 "신기술은 물론 이른바 굴뚝산업에 신기술을 접합하는 모든 융합기술은 전부 기보의 영역"이라며 "기보가 신기술에 신경 쓰지 못한다면 기업의 신기술을 누가 평가하고 지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기보는 최근 전통제조업에 머물던 보증 대상영역을 적극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시대변화를 타고 끊임없이 새롭게 탄생하는 수많은 신기술 및 비제조기업 입장에서는 더 많은 보증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문화산업에 대한 보증지원이 대표적이다. 기보는 지난해 1,494억원에 이어 올해 2,200억원 규모의 보증지원을 문화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 방영됐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나 '아테나:전쟁의 여신'도 기보의 지원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를 위해 극장영화와 방송애니메이션ㆍ온라인게임ㆍ캐릭터ㆍ드라마 등 9개 분야에 대한 문화 콘텐츠 평가모형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제작과 기술평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무형자산을 평가한다는 차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제조업뿐 아니라 ITㆍ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평가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 같은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이 완전히 생소한 분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진 이사장이 문화산업 지원에 갖고 있는 관심은 꽤나 크다. 기보의 영업점 입구에는 '기술을 넘어, 이젠 문화다!'라는 포스터가 걸려 있을 정도다.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를 휩쓸고 소녀시대ㆍ카라 등 케이팝이 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상황이 증명하듯 문화를 예술이 아닌 산업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소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충분히 돈이 되는 분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진 이사장은 또 최근 일본 대지진을 지켜보며 국산 부품소재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대지진으로 국내 산업계는 그동안 일본 부품소재에 얼마나 의존했는지 절실히 깨닫게 됐다"며 "대기업 등 모든 산업계 및 정부가 국산 부품소재 경쟁력을 육성하는 데 나서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 강국이 바로 경제 대국"이라며 "다만 지난 2005년 이후 대중 흑자는 줄고 대일 적자는 늘어나며 부품소재 산업환경이 변하는 만큼 국내 제조기업들이 하이테크로 가야 한다"고 평소 소신을 설명했다. 기보는 올해 '제2의 벤처붐'을 확산시키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놓은 카드가 바로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이다. 7년 만에 3,000억원 규모로 발행될 P-CBO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자산유동화 과정과 기보의 보증을 거쳐 최우량등급의 채권으로 상향시켜 시중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 발행이 힘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 직접금융 조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보는 2001년 총 2조3,000억원의 P-CBO보증을 지원했다가 벤처버블이 꺼지면서 2004년 만기도래 당시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던 경험이 있다. 진 이사장 역시 이 같은 부실경험을 잘 알고 있지만 그는 중소기업이 다양한 경로로 자금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재발행을 결정했다. 실제 국내 중소기업들은 직접금융인 회사채 발행규모가 대기업의 1.5%에 그치고 있다. 진 이사장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면 상품을 다양하게 보유해야 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금융기관을 이용한 간접금융에 의존한다면 은행의 사정에 따라 자금사용의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P-CBO 발행, 문화산업 등 신기술 보증 확대 등 일련의 행보에는 사실 진 이사장의 자신감도 깔려 있다. 기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보증지원을 약 17조6,000억원까지 확대했지만 오히려 부실발생 등 사고율은 2008년 6.1%에서 지난해 4.7%로 줄어들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사고율이 14% 수준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안정성이 커진 것이다. 진 이사장은 선제적인 대응노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업들과 함께 헤쳐왔다는 점에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고 있다. 기보는 그동안 숱한 기술벤처를 탄생시켰으며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 1,038개 중 76.4%가 기보의 보증을 이용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소기업청 주관 중소기업 지원사업 만족도 평가에서 22개 기관 중 종합만족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현장을 많이 다녀보면 기업인들의 평가가 좋아지고 있다"며 "직원들의 기업평가에도 신뢰를 갖고 있다"고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기보 심사에서 기술성이 낮게 평가된 기업일수록 이후 보증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고율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진 이사장은 다만 "본사가 지방에 있는데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수행하는 정책적 기능에 비해 사회적으로 저평가되는 느낌도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진 이사장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한 평가는 과거의 잣대가 아니라 미래 가치 평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글로벌 기술중소기업의 발전을 측면에서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문현답'으로 현장경영 실천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진 이사장은 전국 순회하며 기업인 고충 청취
건의사항 나오면 즉석에서 해결
진병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일선 영업점을 찾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우문현답'이라는 얘기를 자주 꺼내며 현장경영에 나서줄 것을 주문하곤 한다. 이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그만큼 그가 현장을 중시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진 이사장은 거의 매일같이 산업현장을 찾아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해소해주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갖는 경영인들과의 만남에서 건의사항이 나오면 타당성을 따져 즉석에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진 이사장은 또 직원들이나 고개들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열린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항상 직원들과의 대화채널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며 어떤 방침이라도 무조건 지시하기보다는 지속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영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73년 행사 13회로 공직에 몸담은 그는 옛 재무부 증권업무과장과 생명보험과장, 옛 재경부 금융제도담당관 등을 거치면서 국내외 금융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허브인 런던에서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로 오래 근무한데다 국제금융센터 소장까지 역임해 해외 금융시장의 흐름을 탁월하게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오랜 공직생활은 성과중심의 인력관리를 통한 남다른 책임경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진 이사장은 취임 이후 직원들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했으며 고객만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투명하고 깨끗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진 이사장의 윤리경영 노력은 일선 현장에서 기업들로부터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4년 연속 청렴도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약력 ▦1948년 부산 ▦1971년 서울대 경영학 ▦1973년 행정고시 13회 ▦1975년 재무부 사무관 ▦1985년 IBRD 파견 ▦1987년 재무부 해외투자과·증권업무과장 등 ▦1992년 미 밴더빌트대학원 경제학석사 ▦1994년 재정경제원 금융제도담당관 ▦1999년 대통령 비서실 ▦1999년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2001년 유럽개발은행 이사 ▦2004년 국제금융센터 소장 ▦2007년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2008년~현재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신규 고용하면 특별 운전자금 보증지원
지난해에만 7만2000개 일자리 만들어
■일자리 창출 성과 기술보증기금은 최근 기업들의 전문인력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1명을 채용하면 최대 5,000만원의 보증까지 지원해주는 새로운 상품을 선보였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저임금의 단순인력만 뽑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우수한 이공계 기술인력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체나 고급인력으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보는 일찍부터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대 창업육성 분야에 대한 보증을 중점 추진과제로 삼아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일자리야말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라는 게 진병화 이사장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기보는 올해에도 1인창조기업을 비롯해 ▦녹색창업 ▦지식기반창업 ▦이공계챌린저창업 ▦40~50대 창업 등에 초점을 맞춰 집중적인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기술창업기업의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기존 기업들에 대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보는 업무특성을 살려 '맞춤형 창업성장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증지원을 확대해왔으며 종업원을 신규로 채용할 때 1인당 2,000만원을 지원하는 고용창출 특별운전자금 지원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에만 모두 7만2,000여명의 일자리가 신규 창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양적 수치에 머무르던 일자리 창출 지원제도를 보완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인창조기업과 지식서비스ㆍ문화콘텐츠산업 관련 기업의 경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청년ㆍ전문 기술인력의 고용효과가 다른 분야에 비해 양호하다고 판단해 지원혜택을 대폭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기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차원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직간접적인 지원정책을 펼쳐왔다"며 "기존 중점지원제도가 청년과 전문인력 채용에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진 만큼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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