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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해야 합니다. 6년여간의 논란 끝에 행정도시로 자리매김한 세종시를 이제 와서 또 흔들려 한다면 장기적인 논쟁으로 국력만 소모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의 발언으로 시작된 '세종시의 원안 추진 불가' 논란이 불거진 지 열흘이 지난 13일, 세종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군 일대는 공사를 위해 덤프트럭과 중장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공사장 인근 곳곳에는 '행정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라' '더 이상 충청도민을 농락하지 말라'는 등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논란의 파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지역대책위원회 등은 행정도시사수결의대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대전과 연기 등 지역 곳곳에서 '원안 사수'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조선평(68)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총리가 됐으면 그동안 지역민들이 겪어온 고통에 대해 조금이라도 살펴보고 상황을 따져 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정운찬씨의 발언은 너무 성급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충청권 출신, 그것도 공주 출신 총리가 나왔다는 기대감에 이제는 뭔가 풀리겠구나 했는데 세종시를 부정하는 듯한 말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연기군민들의 분노는 더욱 하늘을 찌르고 있다. 김성구(55)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행정도시 건설계획의 원안 수정 발언도 모자라 충청도분들이 섭섭해 하지 않을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보니 행정도시 건설사업을 충청도 발전사업의 하나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명박 정부가 마침내 행정도시 재검토를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행정도시 원안 추진 달성을 위해 대정부 투쟁에 강력히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연기지역 주민들은 행정도시가 오히려 연기 발전에 걸림돌이 돼왔다며 사람은 떠나고 경제는 망가졌다고 아우성이다. 김일호(58ㆍ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씨는 "행정수도가 건설된다는 소리에 조치원에 7,000여세대의 아파트가 공급되는 등 갑자기 부동산 광풍이 불더니 이제는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해 48평형 새 아파트가 1억6,000만원 내외에 그치고 있을 정도"라며 "행정수도 얘기가 나오기 전에는 8만5,000명에 이르던 연기군민 수가 이제는 8만명으로 줄어들었을 뿐"이라고 정부를 성토하기에 바빴다. 행정도시 1단계 사업지구에 포함되면서 조치원으로 나왔다는 임모(67)씨는 "1억원 남짓의 보상금을 받고 평생을 살아왔던 고향에서 떠나왔는데 살아서 고향땅 근처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빚을 갚고 아파트 전세금과 생활비 등으로 보상금을 거의 써가고 있는 상황에서 생계수단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며 담배만 찾았다. 충청 지역민들은 하루속히 정부가 세종시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줄 것을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홍석하(45) 행정도시 무산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6년여 동안 추진된 행정도시 건설사업을 이제 와서 뒤집는다면 엄청난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며 "소모적인 논란만 벌이지 말고 행정도시를 어떻게 잘 조성해 행정과 연구ㆍ교육기능이 잘 어우러진 자족도시로 만들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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