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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가리 찢긴 ICT, 희미해진 컨트롤타워

47일을 끌어온 정부조직법 협상이 타결되면서 박근혜표 창조경제를 이끌 미래창조과학부가 드디어 출범하게 됐다. 여야는 쟁점이 됐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하는 내용에 합의하고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새 정부가 국정운영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이 늦게나마 마련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과연 박근혜 정부가 표방했던 정보통신기술(ICT) 컨트롤타워에 합당한 것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여야 합의에 따르면 미래부는 SO와 인터넷(IP)TV, 위성방송 권한을 갖게 됐지만 인허가권 등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여야 위원 협의체인 방통위와 독임부처인 미래부가 성격과 정책추진 속도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양 기관 간 협의과정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책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생겼다.

주파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주파수는 어느 한 용도로 결정돼 있는 게 아니다. 방송용으로 쓰던 것을 통신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그 반대도 가능한 게 주파수다. 지난해 정부가 공중파로 쓰던 700㎒의 일부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방송용은 방통위, 통신용은 미래부, 신규ㆍ재배치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신설되는 주파수심의위원회에서 관리하도록 찢어놓았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물론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형적 구조다. 그렇지 않아도 한정된 주파수 자원의 활용폭은 더 좁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송통신 융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렇다고 힘겹게 이룬 여야 합의를 깰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 시점에서 선택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뿐이다. 새 정부는 부처 간 장벽을 없애고 ICT가 창조경제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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