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과 빌 게이츠의 그림자가 살아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 자리를 둘러싸고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MS는 올 하반기 이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잇달아 출시해 애플에게 빼앗긴 모바일컴퓨터 시장의 선두 지위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전문가들은 “MS가 지난 30여년 동안 개인용컴퓨터(PC) 시장의 선두 주자를 점유해왔다면 애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잇달아 내놓으며 모바일 컴퓨터 시장의 리딩업체 지위를 고수하기 시작했다”며 양 업체가 벌이는 ‘2차 전쟁’에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주 말 스티브 발머 MS사장은 본사에서 애널리스트들과의 연간 회합을 열고 “현재 MS의 최우선 순위는 태블릿PC 개발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스마트폰은 올 가을에, 태블릿PC는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출시해 애플을 뒤좇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머 사장은 이어 “하루 아침에 경쟁사를 따라잡을 순 없겠지만 마케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애플과의 기술력 격차 등도 순순히 시인했다.
MS는 지난 상반기까지 매출과 순익 면에서 세계 1위 IT기업 자리를 유지해 왔지만 영향력과 시가총액 등에 있어 이미 애플에게 선두를 내준 상태다. 한때 MS의 십분의 일에 불과했던 애플의 매출도 현재 MS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애플은 지난4월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출시해 3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지만 MS는 에이서ㆍ델ㆍ도시바 등 PC업체와 태블릿PC를 개발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MS ‘윈도우폰’은 올 하반기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애플은 지난 5월 미 주식시장에서 엑손모빌에 이어 시총 2위에 오르며 MS를 3위로 밀어냈고, 최근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최고브랜드’기업에서도 MS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두 업체의 ‘인연’은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어 이채로운 측면도 있다. 키보드와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구성되는 현 PC의 모습을 최초로 구현해 낸 업체는 애플이었지만 그 수혜를 최대로 누린 곳은 MS였기 때문이다. MS는 컴퓨터 제조업체 IBM과 손잡고 PC 운영체제인 MS-DOSㆍ윈도 시리즈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30여년 간 ‘IT기업의 총아’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세계 최초로 태블릿PC를 개발했던 MS는 이제 자사 제품을 모방한 애플의 ‘아이패드’를 뒤쫓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미래의 IT 기술이 단순ㆍ편리ㆍ즐거움 등 ‘인간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애플의 심미안을 당시에는 갖지 못했던 까닭이다.
포춘은 “과거 경영 위기로 MS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애플이 이제 실적에서도 MS를 첫 추월할 전망”이라며 “MS의 모바일컴퓨터 기기는 출시가 상대적으로 늦어 ‘선점 효과’가 큰 IT 시장에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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