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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양다리 통화정책' 펴나

"국채매입 10월 종료" 양적완화 속도조절 나서면서<br>"제로금리 상당 기간 유지" 금리 인상 전망엔 쐐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000억달러 규모의 재무부채권(TB) 매입을 오는 10월 말까지 종료하기로 했다. 이로써 사실상 유동성 공급의 한 통로를 차단, 양적완화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출구전략을 위한 예열에 들어갔다. FRB는 그러나 제로수준의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초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고 밝혀 조기 금리인상 전망에 쐐기를 박았다. 이에 따라 FRB가 회복 조짐의 경기를 떠받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통화확대 공급으로 인한 미래의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 통화 정책에 양다리를 걸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FRB가 경기부양을 확대하지도, 출구전략을 조기에 시행하지도 않으면서 경기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책 대응할 것이라는 의미다. FRB의 통화정책 의결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1ㆍ12일(현지시간) 이틀간 정례회의를 마친 뒤 이같이 결정했다. FRB는 성명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낙관적으로 미국 경제 상황을 평가했다. 성명서는 “경제활동이 안정되고 있다(leveling out)”며 “금융시장의 상황도 최근 수주 동안 더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 6월 “경기하강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성명서상의 표현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경기인식이다. FRB는 그러나 기준금리를 동결, 지난해 12월 이후 제로 수준(0~0.25%)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여건으로 볼 때 ‘상당 기간(extended period)’ 예외적으로 낮은 금리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경기가 완전한 회복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경제가 호전되고 있지만 아직은 금리인상을 예고할 만큼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으로 1년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FRB가 경기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9.4%인 실업률이 두자릿수로 더 오르고 소비지출도 크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 성명서는 “계속되는 실직과 소득증가 부진, 가계 부(富)의 감소, 대출여건 악화 등으로 가계소비는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취약한 경제상황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FRB는 이번 결정에서 출구전략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양적완화 정책의 속도조절을 선언함으로써 장기적인 출구전략에 대비하려는 신호를 보다 명확하게 보냈다. FRB는 당초 9월까지 예정된 국채 매입 프로그램 시행과 관련, 매입 속도를 줄여 10월까지 1개월 연장한 뒤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FRB는 지난 3월부터 국채매입에 착수, 현재까지 2,250억달러어치를 매입했다. FRB는 그러나 1조2,5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증권 매입, 2,000억달러 규모의 패니매와 프레디맥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12월까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FRB의 양적완화 정책이 금융시장 상황과 경기여건에 따라 언제든 확대될 수도, 반대로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앞서 6일 영국중앙은행(BOE)은 금리를 동결하면서 예상을 뒤엎고 양적완화 정책을 확대(830억달러 채권추가 매입)했다. FRB의 정책 방향에 대해 페드워처(FRB 분석가)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향후 수개월간 긴축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평가한 반면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FRB가 경기부양 일변도의 통화 정책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며 출구전략 준비 쪽에 좀더 무게중심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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