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에 슈퍼 인플레이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지 못할 경우 미국 등 전세계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계 정치ㆍ경제 지도자들도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9일 영국 가디언지 기고에서 “전세계가 지난 몇 십년 사이에 세번째 오일 쇼크에 직면해 있다”며 “유가 안정을 위한 국제적 플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번주 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을 방문, “유가 급등이 세계경제 전체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데이비드 매코믹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이 전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대로 치솟으면서 제조업체들이 제품가격을 줄줄이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최대 석유화학업체인 다우케미컬이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다음달부터 모든 제품가격을 20% 인상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 제품가격이 한번에 20% 인상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우케미컬의 가격인상은 다른 업체로 확산돼 잇따른 가격상승 도미노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다우케미컬은 “비용이 지난 2002년 80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46억달러로 상승했다”며 “현재 수준을 고려하면 올해는 32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ㆍ4분기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2%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2ㆍ4분기에는 이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우케미컬 외에도 유기농 제품 생산업체인 몬산토, 초콜릿 생산업체 허쉬, 식료품 제조업체인 제너럴 밀스 등 가격인상에 나서는 기업들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들은 이미 지난 1년간 제품가격을 20% 이상 올렸다.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미국 경제에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에드워드 러지어 미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최근 유가 급등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전망치보다 최대 1.5%포인트나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씩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향후 금리정책을 어떻게 끌어나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리 스턴 미니애폴리스 FRB 총재는 위스콘신주 오클레어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안심하기에는 너무 높다”며 “그동안 지속해온 금리인하의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의 시점과 폭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국채(TB) 가격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및 이에 따른 FRB의 금리인상 전망을 반영,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보다 0.11%포인트 급등(가격은 급락)한 4.04%를 기록, 올 들어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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