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두 정상이 견해차를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 올랑드는 대선 이전부터 유럽 신재정협약 재협상과 성장을 통한 부채감축을 내세운 반면 메르켈 총리는 신재정협약이 재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와 그리스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이 속속 반(反)긴축으로 돌아선데다 독일 집권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메르켈 총리도 마냥 긴축정책을 고집하기만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13일 독일 최대 선거구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은 역대 최저 득표율인 26%를 얻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소수여당이었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2년 전 선거 때보다 5%포인트 높은 39%를 득표해 제1당으로 부상했다.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온 녹색당은 11% 이상을 확보해 두 당이 합쳐 과반수 득표에 성공했다. 집권 기민당은 지난 6일 치러진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지방선거에서도 사실상 패배했다.
이처럼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아 긴축정책을 밀어붙이기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내년 총선의 전초전인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는 독일의 표심이 메르켈식의 엄격한 긴축정책에서 떠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시점에 이뤄지는 올랑드 신임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동은 메르켈 총리 입장에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긴축에 대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반발과 국내 정치에서의 패배로 메르켈 총리의 힘이 약해진 상황에서 열리는 15일 정상회담에서 올랑드 신임 대통령이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지금까지 긴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독일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헤르만 그뢰헤 기민당 사무총장은 독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패배와 메르켈의 긴축정책 및 균형재정 추진과는 무관하다"며 선거 결과가 정책노선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최근 긴축 일변도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이는 독일이 유로존 위기 타개를 위해 올랑드의 성장전략에 한발 더 다가가는 양보를 할 가능성은 작지 않다. 올랑드 역시 좌파정권을 경계하는 국제사회의 시각을 의식해 신재정협약 재협상이라는 당초 입장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디언은 "독일 정부와 중앙은행은 지난 한주 동안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임금을 용인하겠다는 의사를 조용히 표시해왔다"며 "독일과 프랑스가 유로존에 드리운 비관론을 잠재울 수 있는 그랜드바겐에 당도할 수 있을지 전유럽이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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