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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달러? 한물 갔어!"

“달러가 한물 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계속된 달러가치하락으로 달러자산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으며 신뢰상실로 달러가치는 더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도 “달러가 97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탓이며 외국인들이 미국 국채를 사주는데도 한계가 있다”며 달러의 추가하락을 예상했다. 실물투자의 귀재로 퀀텀 펀드의 공동창업자인 짐 로저스는 “현재 달러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제 국무회의에서 “달러가치하락에 대비한 금융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경제력약화로 美달러약세 가속 모두들 왜 이렇게 달러화의 장래를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미국 경제체력의 약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통화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력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미국 경제는 최근 급속도로 쇠약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부실대출문제가 불거지면서 병색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신규주택은 팔리지 않아 경매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택경기가 나쁘니 고용도 줄고 소비도 뜸하다. 월가는 감원한파가 매섭다. IMF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내년 미국의 성장률을 7월 전망치보다 무려 0.9%포인트나 낮춘 1.9%로 조정했다. 경기란 순환하기 마련이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미국 경제의 성장이 조금 둔화된다 해서 수십년 동안 세계 경제를 호령해 온 달러가 패권을 잃는다는 것은 좀 과장된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게 달러패권주의가 막을 내렸다는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누적에서 찾고 있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 재정과 무역수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미무역흑자국들이 달러자산을 매입해줌으로써 문제가 미봉돼 왔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들이 달러자산을 계속 매도하면서 이 균형이 깨지고 있다. 또 다른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은 국내에 생산시설이 많지 않은데도 외국으로부터 될 수 있는 대로 헐하게, 게다가 좋은 상품을 강한 달러정책에 의해 수입했었다. 그러나 이마저 한계에 이르렀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도 물가앙등으로 더 이상 값싼 물건을 대주기 어렵게 됐다. 거기에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뛰고 있다.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두 축, 해외자본유입과 값싼 제품의 공급채널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중심통화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달러화의 위상이 추락하자 그 파장도 만만치 않다. 세계 경제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자국통화를 방어하기 위한 국가 간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환율조작여부를 놓고 국가 간 알력도 커지고 있다. 상품시장에서는 투기ㆍ사재기가 극성이다. 달러로 월급을 받는 해외주재원들은 실질구매력이 떨어져 생활이 어려워지는 개인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추풍낙엽 신세가 된 달러화 하락세는 쉽게 돌이키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 주 열린 IMFㆍWB(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선진7개국 재무장관들은 달러화약세로 파장이 계속되는데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달러가 더 떨어지더라도 지켜 보겠다는 뜻이다. 상황에 따라 미국이 달러강세정책으로 돌아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보면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달러패권주의 사라질 때 대비해야 경제의 달러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대응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달러위주의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해야 한다. 원화의 국제화에도 주력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달러약세가 되자 위앤화의 국제화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수년전부터 원화의 국제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기업들은 원화강세가 굳어지는 만큼 기술개발ㆍ원가절감 등을 통한 경쟁력제고에 나서야 한다. 달러의 기능약화로 세계 경제가 혼란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활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 개인들도 달러예금을 줄이는 등 환테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저물어가는 달러패권주의에 대비한 모두의 전략수립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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