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목요일 아침에] 스톡 러시(stock rush)
입력2007-10-03 16:38:14
수정
2007.10.03 16:38:14
지난 2ㆍ4분기 개인들이 18조원을 빌려 주식을 샀다고 한다. 전분기보다 두 배나 늘어난 액수다. 당연히 개인부채도 사상최대인 700조원으로 늘었다. 땅 팔고 집 판 사람들도 이제는 땅이나 집보다는 주식을 산다. 주식으로 돈이 몰리면서 주가는 상승가도를 질주한다. 돈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주가가 뛰니 돈이 주식으로 더 몰리는 연쇄작용이 일고 있다. 주식투자 수익률은 은행 금리를 크게 웃돈다. 6월말 현재 코스피지수는 1,743포인트로 작년 말에 견줘 21.5%나 올랐다. 9월말까지는 35.7%의 상승률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된 2일에는 사상최고수준을 기록했다. 기껏 해야 연5~6% 밖에 주지 않는 은행에 비하면 정말 수지 남는 투자다. 수익률이 이렇게 높으니 너도 나도 빚을 내 주식을 사고 있다. 가히 ‘스톡 러시(stock rush)’라고 부를 만하다.
2분기에만 18조원 빌려 주식투자
개인들의 주식투자재미는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식에서 재미를 본 사람들이 자동차를 새로 사거나 바꾸고 가전제품을 개비하면서 오랜만에 소비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고소득층은 물론 저소득층도 지갑을 열고 있다. “장사 안 된다”는 말이 입에 밴 상인들도 “경기가 좀 나아지는 것 같다”고 희색이다. 소비가 회복하니 생산과 고용도 느는 경제의 선순환이 일고 있다. 3분기 소비자심리지수는 112로 4분기 연속 기준치를 웃돌며 앞으로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주가가 오르다 보니 이처럼 개인도 나라도 활기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같은 활기가 언제까지 갈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주식투자 수익률이다. 그런데 그 폭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3월말 대비 6월말 주식투자 수익률은 20.0%였다. 하지만 6월말 대비 9월말 수익률은 11.6%로 낮아졌다. 서울경제신문이 엊그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4분기 국내주가를 설문한 결과 이 기간 중 코스피지수는 1,842~2,100포인트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9월말보다 떨어지거나 오르더라도 상승폭이 8% 정도라는 전망이다. 어디까지나 예측이니 만큼 이들의 전망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지만 상승폭이 둔화되리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국내외 여건을 봐도 그렇다. 무엇보다 미국경제가 심상치 않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서브 프라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과감히 금리를 내려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주택시장과 소비ㆍ고용관련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월가는 추가금리인하를 기대하는 눈치이지만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쉽지 않다. 미국은 지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미국이 흔들리자 세계 경제도 혼돈상태다. 달러화는 1973년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화 급락은 곡물ㆍ금ㆍ원유 등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곡물가격은 32년래 최고수준이다. 원유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일본과 유럽 경제도 불안하다.
우리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미분양아파트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에 이르고 있다. 인플레 압력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은 만성적인 자금부족상태에 있다. 이런 가운데 시중금리는 계속 뜀박질이다.
빚내서 하는 무리한 투자 자제해야
사정이 이러하고 보면 주식투자수익률이 계속 좋을 수가 없다. 내년쯤이면 ‘서브 프라임’의 파장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게 분명하다. 인플레를 저지하기 위해 각국은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돈이 밀어 올린 주가는 유동성거품이 꺼지면서 고개를 숙일 수 있다. 지금은 주식이 고수익을 내 줘 별 탈이 없지만 투자수익률이 금리를 못 따라가면 그 때부터는 고통의 시작이다. 무리한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부른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빚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은행돈 빌려 집 샀다가 이자부담에 신음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개인도 형편이 좋을 때 구조조정을 하는 게 현명하다.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닌가 싶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