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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오일달러와 한국 건설업계의 과제
입력2007-07-18 17:02:13
수정
2007.07.18 17:02:13
[기자의 눈] 오일달러와 한국 건설업계의 과제
고광본 기자 kbgo@sed.co.kr
'히터를 틀어놓은 것과 같은 뜨거운 바람 속에서 흙ㆍ모래 먼지로 범벅이 된 쿠웨이트의 원유 저장시설 확충공사 및 석유화학원료 공장 건설현장(SK건설), 페르시아만 가스전에서 가스를 뽑아 올려 가스정제 시설을 대규모로 지으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이란 사우스파스현장(대림산업과 GS건설), 푹푹 찌는 두바이 사막에서 부족한 발전소 시설과 컨테이너항만 확충 공사에 발벗고 나선 현대건설 등등.'
중동에 진출한 건설업체들을 최근 현지에서 취재하면서 접했던 장면들이다.
자랑스러운 것은 과거 70~80년대 가난에 허덕이던 노동자들을 국내에서 모집해 현지에서 단순 하청시공만 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건설업체들이 많이 컸다는 점이다. 이들은 프로젝트 매니징회사와 협의해 EPC(설계 등 엔지니어링ㆍ자재구매ㆍ시공) 방식으로 공사 전체를 담당하면서 국산 기자재를 30% 이상 쓰는 한편 시공은 현지 하청회사에서 모집한 인도인 등에게 맡기고 있었다. 이런 업체들의 노력과 고유가에 따른 발주물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해외건설 수주액이 올 들어 벌써 170억달러(중동이 111억달러 이상)를 넘었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이 고생한 만큼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현지 발주처와 중동 건설업체, 미국ㆍ유럽ㆍ일본업체들의 견제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입찰에서 한국 업체들이 최저가를 써낸 쿠웨이트의 대규모 원유정제시설 공사가 재입찰에 들어가는 것이 단적인 예다. 중동 플랜트 공사의 수익성이 대략 5~8%선으로 현지 글로벌회사는 물론 국내 공사에 비해 미흡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공사의 경우에는 자재 값과 인건비 폭등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우리 업체들이 중동에서 '오일달러'를 제대로 뽑아내기 위해서는 다같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는 건설업체들이 현지에 진출할 때 석유공사ㆍ가스공사ㆍ토지공사 등이 동반 진출하도록 유도하고, 현지에서 일부 국내 업체간에 빚어지고 있는 과당경쟁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가족과 떨어져 고생하는 현지 근무자에 대한 비과세 범위 확대를 통한 사기 진작, 설계 및 프로젝트매니징 인력 양성, 국산 자재의 국제표준화 등에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업체들은 현재 준비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공사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입찰방식을 비롯한 현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
입력시간 : 2007/07/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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