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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천석'(數滴穿石)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엔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얼리버드픽쳐스의 김대창(43) 대표가 그렇다. 얼리버드픽쳐스는 이제 태어난지 만 3년이 채 안됐고 그리고 해외작품의 수입배급부터 시작했다.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가면서 명문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얼리버드픽쳐스는 지난 2011년 회사설립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침묵의 15분'을 수입, 국내에 개봉했다. 이 작품은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15주년 기념작으로도 주목을 받았는데 국내에서 전국 6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성공이었다. 이후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주로 수입했다. '원피스' '호빵맨' '팬더와 친구들의 모험' '트레인 히어로' '빨강머리 앤' '늑대아이' 등이 얼리버드픽쳐스가 히트시킨 작품이다. 현재 극장 상영 중인 것으로는 지난 15일 개봉한 '쾌걸 조로리의 공룡알을 지켜라'가 있다. 오는 22일 '헌터×헌터:더 라스트 미션'이 개봉 대기 중이다.
물론 대부분의 영화가 중소규모다. 디즈니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상황에서 얼리버드의 작품들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김대창 대표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사의 한국내 자회사들이나 국내 대형수입사에서 주요 작품들을 싹쓸이 하는 상황에서 연매출 20억대 규모의 우리 같이 작은 회사가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중소업체도 제나름의 역할이 있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그가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에 주력하는 것은 그의 경력과도 관계가 있다. 얼리버드 설립전 한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채널에서 근무했는 데 주로 일본을 담당했었다. 얼리버드 설립후에도 그런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가진 작품들의 지속적인 확보와 함께 이미 회사는 국내 주요 애니메이션 수입배급사로 성장했다. 영화 수입과 함께 최근에는 관련 분야로서 사업을 확장 중이다. 확보된 라이선스를 통해 출판물, 캐릭터 등을 유통시키는 것이다.
얼리버드의 최종목표는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되는 것이다. 이 목표가 실현될 시기가 멀지 않았다. 현재 만화 '안녕, 전우치?'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한창 작업중이다. 하민석 작가의 작품으로, 고전소설속에 나오는 '전우치'가 현대의 어느 동네, 우리의 이웃으로 살면서 주인공 꼬마와 모험을 펼친다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김대창 대표는 "스토리가 가능성이 있어 회사설립 전부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것을 구상하고 있던 작품"이라며 "내년이면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녕 전우치?'와 함께 이경석 작가의 만화 '을식이는 재수없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만화도 동시에 애니메이션 작업 중이다. '을식이는 재수없어'는 내년 가을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얼리버드픽쳐스는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종합회사를 꿈꾸고 있다. '안녕, 전우치?'와 '을식이는 재수없어'는 이를 위한 중요한 시도인 셈이다. 김 대표는 "겉으로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상황은 간단치 않다"며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나간다는 생각으로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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