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장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명인 어윤대(사진) 국가브랜드위원장의 최근 행보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어 위원장이 최근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한국의 공식 국가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는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어 위원장은 지난 15일 한나라당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 창립 1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다이내믹 코리아는 데모를 연상케 돼 국가를 상징하는 구호가 필요하다”며 “다이내믹 자체는 긍정적인 뜻인데 정보기술(IT) 강국, 기술 이런 것을 담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슬로건으로 ‘미래큘러스(Miraculous) 코리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난 2000년대 초반 변경돼 사용 중인 ‘다이내믹 코리아’를 바꿔야 한다고 사실상 주장한 것이다. ‘총리급 위원장’으로 불리며 이명박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을 얻고 있는 어 위원장의 발언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중량감을 더했다. 어 위원장의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자 문화체육관광부와 브랜드 위원회 측은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며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어 위원장이 평소 이러한 소신을 가진 것까지야 이해할 수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식 확정된 게 없는 상황에서 너무 앞서 나간 것이란 비판이 잇따른 것이다. 실제 한국 정부의 문화를 해외에 홍보하는 해외문화홍보원 고위 관계자는 문화부 측에 비공식 채널을 통해 우려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 안팎에서도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엇갈리지만 대체적으로 다이내믹 코리아를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 어 총장은 이러한 여론을 인식한 듯 22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2차 보고대회에선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브랜드위는 보고를 통해 지난 2002년 제정된 ‘다이내믹 코리아’는 2007년 12월 대국민조사에서 인지도 51% 공감도 80%를 기록했고, 2007년 만들어진 ‘코리아 스파클링’은 지난 3월 대국민 조사에서 국가이미지 적합도 25%, 다른 국가와의 차별성 23%라는 저조한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 위원장은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다이내믹 코리아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전보다 한발 물러섰다는 인상을 줬다. 한편 전체 27명으로 구성된 브랜드 위원회 인원 중 공무원 12명, 계약직 7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이 민간 대기업에서 ‘차출된’ 인사들로 꾸려진 것도 구설에 휘말렸다. 현재 브랜드 위원회에는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LG전자ㆍ포스코ㆍSK텔레콤ㆍ대한항공ㆍ금호아시아나ㆍ코오롱 등 8개 기업에서 부장급 간부들이 파견돼 있다. 일각에선 아무리 국가브랜드 사업이라지만 청와대 직속 위원회에 파견된 직원들을 민간에서 공수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어윤대 위원장은 본지의 취재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김근수 브랜드위 단장은 “국익을 위한 차원에서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국가 브랜드를 바꾸는 방안은 아직 검토된 게 없으며 정확한 여론조사와 연구 결과를 거쳐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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