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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7월 10일] 경제위기의 조건

경제를 보는 시각에는 항상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비관론에는 경제사정이 일시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보는 전망차원의 비관론에서부터 경제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될 것으로 보는 극단적인 위기론도 있다.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데는 어느 정도 주관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위기의 원인과 형태ㆍ결과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또 경제위기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경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 소지도 있다. 과거 강력한 통치권 확립의 수단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과장하는 경우도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기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이미 석유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충격 속에 성장률은 떨어지는 반면에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는 징후가 여러 지표에서 감지되고 있다. 흔히 S의 공포로 불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긴축이 필요하지만 경기침체 또는 불황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니까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해나가려면 긴축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경제체질이 튼튼해야 하고 기업과 국민들이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의지와 인내심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몇 년간 5% 정도의 성장을 유지했다지만 수출이라는 단발엔진에 의존하는 불안한 성장에 안주한 채 성장잠재력 확충을 게을리함으로써 충격에 극히 취약한 약체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는 외부환경이 나빠지면 날개 없는 추락의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물뿐 아니라 금융시스템 리스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균형발전의 명분아래 혁신도시들이 무더기로 양산되는 과정에서 온 나라가 생산활동보다는 투기게임에 몰두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막대한 토지보상비와 저금리의 부동산자금이 풀려나가면서 전국의 땅값ㆍ집값이 치솟았다. 그러나 오일쇼크가 경제를 짓누르면서 투기게임의 환상은 사라지고 거품붕괴의 부메랑에 노출돼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버블세븐 지역의 인기 있는 아파트마저 안 팔린다는 소식이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긴축으로 물가를 잡는다지만 무려 630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가계들의 금리부담이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를 더 위축시키게 될 것이다. 외국인들의 줄기찬 셀코리아와 함께 주가도 폭락을 거듭하면서 연중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자산디플레이션이 계속될 경우 경기냉각을 부채질 할 뿐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키워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열어야 할 정부가 장기간 쇠고기 사태에 발목이 잡혀 기대한 만큼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경제위기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촛불시위에다 오일쇼크가 겹치면서 대운하, 747 공약, 공기업 민영화등과 같은 대표적인 정책들이 시동도 걸어보기도 전에 흐지부지되거나 퇴색될 운명에 놓여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와 부실한 쇠고기 협상 등의 후유증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개혁과 정책추진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우내환의 형국이다.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에 갈등과 혼란이 깊어진다면 경제위기의 완벽한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먼저 정부부터 갈등을 풀 수 있는 비전을 통해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야 한다. 경제위기론은 빗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드물지만 위기론은 현실이 되기도 한다. 두 차례 오일쇼크, 외환위기도 그런 경우다. 이번에도 빗나가기를 바란다면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는 조건들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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