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을 두고 미국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간의 사전 합의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유로존의 재정위기 확산 여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가 최근 들어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다시 둔화되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간의 지지율은 크게 좁혀졌다. 지난 5월 미 CNN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율은 각각 49%와 46%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한 달 전에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52%와 43%였다. 이처럼 당초 예상과 달리 대선 구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박빙으로 흘러가자 미국 정부는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가 자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유럽 지도자들에게 결단력 있는 조치를 촉구해 왔다.
미 외교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미 정부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와 달리 유로존 4위의 경제대국인 스페인이 유로존에서 이탈할 경우 미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이에 미 행정부 내에서 이미 썩을 대로 썩은 그리스를 포기하고 스페인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그리스가 오는 17일(현지산)으로 예정된 2차 총선 후 구제금융 조건을 전면 수용하지 않을 경우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리스 총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발표된 스페인 구제금융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따른 충격파를 미리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스페인 구제금융 소식을 접한 후 즉각 성명을 내고“이번 조치는 스페인 경제의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며 “유로존을 되살리기 위해 필수적인 재정통합으로 향하는 구체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의 긴급화상회의가 열리기 전에 지난 8일 마감한 뉴욕증시는 스페인 구제금융이 실시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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