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훈련장 분위기에는 이 같은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상파울루 인근 모지다스크루지스 베이스캠프에 모인 벨기에 선수들 가운데 전날 러시아전(1대0 승) 선발 멤버들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벤치를 지켰거나 교체투입된 선수들만 가볍게 몸을 풀었다. 선발로 뛴 선수들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개인적으로 몸을 푼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러시아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디보크 오리기(릴), 수비수 얀 페르통언(토트넘)도 중간에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주전 가운데 2명 이상을 한국과의 경기에 제외할 것"이라며 "(경고 1장씩이 있는) 악셀 위첼(제니트)과 토비 알데르바이럴트(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벤치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첼은 수비형 미드필더, 알데르바이럴트는 오른쪽 수비수다. 수비의 핵이자 주장 뱅상 콩파니(맨체스터 시티)도 부상으로 결장 가능성이 있고 이번 대회 2도움을 기록 중인 '에이스' 에덴 아자르(첼시)를 아낄 수도 있다. 빌모츠 감독은 그러나 앞선 경기들에서 노출한 무딘 창을 한국전을 통해 예리하게 벼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상대가 너무 수비적으로 경기했다. 한국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좀 더 나은 공격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한국의 베이스캠프인 포스두이구아수의 플라멩구스타디움 훈련장 공기는 둘로 갈렸다. 회복 조인 박주영(아스널) 등 알제리전 선발 11명은 러닝으로 피로를 풀면서도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반면 김신욱(울산) 등 나머지 선수들은 2개 조로 나눠 활기찬 분위기에서 2대1 패스 등 짧은 패스를 갈고닦았다. 특히 그동안 교체로만 출전했던 김신욱과 이근호(상주)는 주황색 조끼 조와 조끼를 입지 않은 조로 나뉜 5대5 미니게임 때 둘만 흰 조끼를 번갈아 입으며 실전 같은 훈련을 소화했다. 홍명보 감독도 이구아수 베이스캠프에서는 처음으로 미니게임에 동참했다. 흰 조끼를 입은 선수는 편에 관계없이 항상 공격을 해야 한다. 물론 흰 조끼가 곧 다음 경기 선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신욱과 이근호는 강도 높은 슈팅 훈련까지 소화하며 출격 대기를 마쳤다. 박주영은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턴)과 함께 볼 트래핑 훈련을 하며 이번 대회 첫 골을 준비했다. 훈련 뒤 미드필더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은 "벨기에전에서 큰 부상을 당해 경기가 끝나면 기어서 나와도 좋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말로 선수단의 결연한 의지를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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