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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난장판된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


2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오전10시 새누리당과 연금학회의 '공무원연금 개혁 정책토론회'를 앞두고 400~500명의 공무원들이 일찌감치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공무원노조 상근자가 30여명이니 다수가 휴가를 내고 참석한 것이다. 이들은 좌석·계단·통로를 차지하고 야유를 보내거나 '공적연금 강화' '새누리당 해체' '김무성 규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노조원은 욕설을 하거나 '이제 선거 안 할거냐' '연금 개악 저지' '연금학회는 재벌보험 앞잡이' 등의 피켓을 흔들기도 했다.

'43% 더 내고 34% 덜 받는다'는 이날 개혁안이 실시될 경우 10년차 공무원 기준으로 혜택 폭이 1억8,000만원이나 줄어든다고 하니 조직적인 저항에 나선 것이다. 한 노조원은 "왜 국민연금에 맞춰 하향 평준화하려 하느냐. 국민연금을 강화해야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오늘 안은 새누리당 안이 아니다. 의견을 수렴해 국회에서 여야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뒤 토론회는 시작도 못한 채 중단됐다.

이날의 난장판은 공무원노조가 주도하긴 했으나 공적연금 개혁에 반대하기는 공무원과 교사, 군인 등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임금이나 퇴직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공무원의 노후보장도 감안하는 게 맞지만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킨 것은 심했다.



문제는 이들의 조직표 앞에서 무기력한 새누리당의 모습이다. 당의 한 정책관계자는 "총선이 1년 반도 안 남았는데 수백만명의 공무원과 군인, 교사와 등지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주저하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이한구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은 이날도 "여론수렴을 계속해 10월 중 연금개혁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해 논의하고 늦어도 내년 4월 국회까지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했으나 여전히 다수 의원들은 공무원·군인·교사의 조직표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비록 김무성 대표가 최근 "공무원과 등지더라도…"라며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거론했으나 과연 연금개혁안이 당의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치며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매년 수조원의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공무원연금 적자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제라도 당정청과 공무원노조,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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