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없는 쑥스러운 맹주' 한국이 잃어버린 금메달 찾기에 나선다.
한국 축구는 오는 19일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8년 만의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면서도 정작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사우디를 꺾고 우승한 후 28년간 6개 대회에서 결승에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이변의 희생양' '아시안게임 징크스'라는 말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조 최하위에 그친 한국 축구는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을 시작으로 단추를 다시 끼울 계획이다. 아시안게임 개막식은 19일이지만 축구는 먼저 조별리그에 돌입한다. 말레이시아·사우디아라비아·라오스와 A조에 속한 한국은 14일 오후5시 문학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와 첫 경기를 치른다.
◇K리거 삼총사를 주목하라=아시안게임에는 나이에 구애 받지 않는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고는 23세 이하 선수만 출전 가능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 해외파 차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국내 K리그 영건들의 어깨가 무겁다. 그중에서도 K리그 간판 3인방인 김신욱(26·울산)과 이종호(22·전남), 김승대(23·포항)에게 모이는 기대가 크다. 김신욱은 미드필더 박주호(마인츠), 골키퍼 김승규(울산)와 함께 와일드카드로 뽑혔다. 김신욱과 이종호·김승대는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이다. 월드컵에서 가능성을 보인 김신욱과 '광양 루니'로 통하는 이종호는 올 시즌 9골, '포항 수아레스' 김승대는 8골을 넣고 있다. 경기당 득점은 김신욱이 0.45골, 이종호와 김승대는 각각 0.39골, 0.36골이다. 이광종 감독은 김신욱이 최전방, 김승대 또는 이종호가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는 4-2-3-1 포메이션으로 금메달 여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196㎝의 김신욱이 직접 해결하거나 문전의 김신욱이 떨어뜨리면 김승대나 이종호가 해결하는 게 대표팀 필승전략이다. 김신욱은 11일 "내게 롱 패스가 왔을 때 움직임, 크로스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김승대 등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과 중앙에 모두 능한 이종호는 왼쪽 날개 윤일록(22·FC서울)과 포지션 경쟁도 벌이고 있다. 레버쿠젠의 차출 거부로 손흥민의 합류가 불발되면서 윤일록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윤일록은 "친한 친구인 손흥민이 많이 응원해준다. 그에 보답하려면 경기장에서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 모두 울리 슈틸리케 신임 A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서라도 아시안게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집으로 돌아간 슈틸리케는 24일 돌아와 16강부터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다.
◇모든 경기가 결승=이 감독은 "금메달이 목표지만 선수들이 매 경기를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 3개 대회에서 모두 4강에서 탈락했다. 매번 중동을 넘지 못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금메달이라는 큰 그림을 의식하지 않고 매 경기 지면 끝이라는 각오를 새기겠다는 얘기다. 대표팀 '맏형' 박주호도 "토너먼트 올라가는 것 신경 쓰지 말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자는 얘기를 동생들에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난적 사우디를 누르고 A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면 B조(우즈베키스탄·홍콩·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 2위와 8강행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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