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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의 정권교체 인도를 가다] <하> '모디 효과' 기대하는 코디안기업

"레드테이프 걷어내고 레드카펫… 기회의 땅 열린다" 부푼꿈

인허가 등 발목 잡는 관료주의·부패 청산

사업 규제 풀리고 인프라 환경 개선 가능성

"인건비·공장부지 값 저렴해 中보다 매력"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빌레바가드 산업단지에 위치한 포스코(POSCO)의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 전경. 포스코는 이 같은 하공정(도금·냉연) 담당 공장 외에 상공정(제선·제강)을 담당하는 제철소를 건립해 일관제철 생산 프로세스를 완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철소는 지난 2005년 양해각서(MOU) 체결 후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9년째 행정절차만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포스코


인도 하리아나주 소네팟 지역 바리공단에 위치한 디어포스 인도법인 공장. 자동차 도장에 쓰이는 연마지·포 등을 주로 생산하는 이 업체의 인도 진출은 하나의 작은 역사다. 지난 2005년 대기업의 하청 업체가 아닌 독립 기업으로서 인도에 진출한 첫 번째 중소 업체가 됐기 때문이다. 여러 난관을 뚫고 지난해까지 최근 3년 연속 인도 법인 매출이 1,000만달러를 돌파하면서 '2013년 무역의 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표창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인도에서의 사업 어려움은 여전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윤인주 디어포스 인도법인장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인도에서의 사업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라며 "차기 모디 총리가 취임하게 된다면 인도에서의 사업 규제나 제재 등이 많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인도의 차기 총리로 취임하는 나렌드라 모디 체제에 대해 코디안 기업(인도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의 관심도 매우 크다. 인구 12억의 거대한 소비시장이자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발표하는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 2위(2013년)에 빛나는 인도의 장점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각종 장벽을 모디가 허물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나 본 코디안 기업들은 가장 큰 애로로 관료주의와 그 안에 뿌리 깊이 박힌 부패 문화를 꼽았다. 인도에서 만난 또 다른 한국 기업 관계자는 "공장 라이선스를 위해 접수한 서류가 6개월이 지나도록 인가가 나지 않아 항의차 당국을 찾아갔더니 담당자가 서류조차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며 "며칠 뒤 담당 공무원에게 5만루피를 찔러줬더니 다음날 바로 인가가 났다"고 전했다.

실제 인도의 과도한 관료 규제는 외국 기업들의 인도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인도에서는 건축 인허가를 받는 데만 한국보다 5.5배 많은 시간이 들어가고 사업을 착수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만 약 한 달(한국 5.5일)이 걸린다. 여기에 각각의 행정 단계에서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게 현지 진출 기업들의 전언이다. 인도의 부패 수준은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유럽의 알바니아와 유사하며 이로 인한 지하경제 규모는 2008년 기준 6,4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한다.

포스코 역시 인도의 '레드 테이프(관료적 행정주의)'에 막혀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5년 인도 오디샤 주정부와 1,2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행정 절차에만 9년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인도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 문제는 90% 이상 해결된 상태인데 이번 선거 과정에서 조금 지체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모디 정부가 들어오면 남은 문제를 풀기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포스코 인도 법인 측은 "모디가 친기업 성향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경제 정책에 대한 세부 내용을 밝힌 적이 없다"며 "모디의 당선이 오디샤 제철소 건설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인도에서의 사업 어려움은 코디안 기업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인도의 황당한 규제 및 차별로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7년 홍콩 재벌 그룹인 허치슨왐포아가 보유했던 인도 통신회사 지분을 보다폰이 인수한 이래 7년째 인도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는 이 거래와 관련해 22억달러의 세금을 부과했고 이에 보다폰은 과세불복소송을 진행, 지난해 초 인도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러자 인도 정부는 세법개정을 통해 소급과세를 시도해 논란을 빚었고 이번 선거를 앞두고서는 보다폰과 진행해왔던 협상을 일방적으로 백지화시키기도 했다. 글로벌 휴대폰 회사 노키아와 석유회사 쉘, 정보기술(IT) 업체 IBM 등도 세금분쟁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 진출에 있어 또 다른 리스크로는 △열악한 인프라 환경 및 높은 유통 비용 △공장 용지 부족 등이 꼽힌다. KOTRA는 코디안 기업의 이 같은 애로사항을 덜기 위해 지난해 인도 라자스탄주와 MOU를 체결, 인도 내 한국 전용공단 설치를 추진 중인데 이 역시 모디의 취임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동석 KOTRA 인도 뉴델리 무역관장은 "올해부터 공장 입주가 가능한 한국 전용공단은 델리NCR(연방수도권) 지역과 가깝고 토지매입 가격도 주변 다른 공단에 비해 4분의1~10분의1에 불과하다"며 "인도는 유럽·중동·아프리카와 접한 지리적 이점도 있고 인건비도 낮아 규제 등의 문제만 개선된다면 중국 이상의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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