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부상 이미 바닥을 쳤다. 앞으론 떠오를 일만 남았다. 정운찬 국무총리를 보는 정치권 잠룡(潛龍)들의 시샘 어린 눈초리가 매섭다. 세종시 수정안을 '독점'하며 여론의 관심을 독차지하는가 하면 현재 대권주자 1위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치하며 무게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총리가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거치며 입은 상처는 앞으로 3년 남은 대권 일정을 감안하면 오히려 일찍 맞은 '예방 주사' 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친박계 중진 의원은 12일 "정 총리가 인사청문회와 대정부 질문에서 점수가 깎인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짧은 기간 동안 학자에서 정치인으로 특별 훈련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박 전 대표가 그와 날 선 대립각을 세우면서 정 총리를 여권의 유력 주자로 체급을 올려줬다"고 말했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여권 주류를 등에 업은 그가 세종시 수정을 성공한다면 충청권은 물론 영남권 민심까지 박 전 대표에게서 멀어질 수 있다는 초조감을 내비친다. 다른 잠룡들도 마찬가지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수년간 정치권에 있던 어떤 잠룡(潛龍)보다 단기간 동안 인지도를 쌓았다는 평이다. 정 총리의 인사청문회에 참여했던 한나라당 초선 의원은 "취임하자마자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며 십수년간 정치판에 있던 대권주자 누구도 누리지 못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충청 출신의 서울대 총장 총리가 세종시에 서울대 이전을 과제로 부여 받았으니 다른 잠룡들보다 운이 좋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는 세종시 수정 추진이 충청권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실제 수정안이 나오면 상황은 정 총리에게 유리해진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영남 지역의 친박계 재선 의원은 "청와대가 마음 먹고 지원한다면 세종시 수정안은 기업들의 마음을 움직일 테고 결국 충청권의 민심도 돌아설 것"이라고 했고 서울 지역의 친이계 의원은 "충청권이 지금은 세종시 수정을 거부하지만 충남의 세종시와 충북의 오송 의료산업단지, 대전의 대덕연구단지가 하나의 밸트로 묶이면 상당한 인구유입 효과가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정 총리를 유력한 대권 주자라고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정 총리는 대안도 없이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는가 하면 박 전 대표와는 달리 주변에 자기 사람도 없다는 약점을 보였다"며 "대권주자로서 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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