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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조각, 그 구분을 넘어서다

'부조회화' 작가 김찬일 개인전 노화랑서 30일까지


평면 그림은 회화, 입체 작품은 조각으로 2차원과 3차원을 칼로 자르듯 나누는 것은 현대미술에서 그 엄격함이 희미해졌다. 캔버스의 면 위에 부조(浮彫)로 작업하는 ‘부조회화’ 작가 김찬일(47ㆍ홍익대교수)의 경우 이 같은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림이냐 조각이냐 판화냐 구분을 넘어 이들의 이종교배를 통한 회화와 탈회화의 경계에 선 작업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만들고자 합니다.” 작가는 붓이 아닌 핀셋을 들고, 캔버스 위에 높낮이가 다른 작은 조각(블랙보드)들을 일일이 붙여 가며 작업한다. 물감과 안료가루를 입힌 뒤 독특한 질감을 위해 깎아내는 작업을 수 차례 거듭한다. 우아한 펄 화장을 한 것 같은 표면 위에 추상적 서정성의 극치를 이뤄낸 점과 선, 감상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착시효과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명상적 이미지는 작가의 섬세한 손길에서 우러났다. “웅크리고 숨 죽인 채 반복적으로 붙이다 보니 어깨가 다 굽었다”고 할 정도로 쉽지 만은 않은 작업이다. 올록볼록한 요철의 ‘점’ 연작으로 사랑 받아온 작가는 지난해 점을 연결한 선 작품 ‘또 다른 라인(line)시리즈’를 선보였다. 관훈동 노화랑에서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점ㆍ선에 이어 빛을 가미했다. 작가 스스로 찾아낸 특수 안료는 은회색과 금빛연분홍 캔버스에 유려한 생명감을 불어넣었다. “각도와 조명에 따라 빛이 달라지는 효과를 노렸다”는 작가의 의도대로 햇빛에서는 강렬하게 반짝이고 불이 꺼지면 산란의 잔상이 은은한 빛으로 감돈다. 그의 작품은 시카고ㆍ쾰른ㆍ뉴욕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투기성 미술시장의 몸값 부풀리기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작가는 스스로 모범을 보여 작품 가격상승을 최대한 자제하는 중. 100호 작품은 1,600만원 선이며 이번 전시에는 신작 30여점이 선보인다. (02)732-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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