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이 아낌없이 시간을 쓰고 있다. 이곳이 승부처임을 잘 알고 있다는 증거이다. 명인전의 제한시간은 1인당 2시간. 국수전이나 왕위전의 3시간에 비하면 조금 짧지만 최근에는 속기 기전이 많아진 형편이므로 2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대국자 두 사람의 견해였다. 백60이 긴요한 수순이다. 참고도1의 백1, 3을 서두르는 것은 흑4 이하 12로 죽죽 밀어버리는 사석작전이 멋진 수가 된다. 백13으로 받으면 흑14로 중원을 지켜서 이것이라면 흑이 도리어 편해 보인다. 백66으로 점잖게 지킨 이 수. 검토실의 서봉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조한승이 고수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수야. 수비가 최선의 공격이라 이거지.” 여기서 참고도2의 백1로 하변을 살리는 것은 포인트에서 한참 벗어난 하수의 착상이다. 흑2 이하 6으로 밀어버리고 8로 중앙을 보강하면 백이 견디기 힘들 것이다. 바둑TV에서는 양재호9단이 백66을 극찬하고 있었다. “조한승류의 반면운영입니다. 유연하면서도 상대방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하지요. 얼마 전에 대만에서 열렸던 중환배에서는 이런 식의 유연한 행마로 일본의 야마시타 게이고를 간단히 제압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조한승이 한국랭킹 4위에 올라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요.” 다음 흑의 행마가 어렵다. 흑 5점이 과연 피를 안 흘리고 수습할 수 있을까. 탈출은 해야 하는데 사방이 적의 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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