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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강수진 국내공연 위해 잇달아 귀국

한국의 문화 거장



유럽에 머물며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뽐내는 한국의 문화 거장들이 잇달아 귀국했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거주하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국내 공연을 앞두고 귀국해 14일 인터뷰를 가졌다. ■ 12년 만에 메시앙 전곡 연주하는 백건우
"이번연주 위해 성경 다시 공부"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전곡을 12년만에 국내에서 연주하는 그는 “어렵고 힘든 곡”이라고 운을 뗐다. 피아노 테크닉도 복잡하고 내용도 화려하다. 왜 이 곡을 택했을까? 짧은 일화로 설명했다. “메시앙의 음악이 싫다고 칭얼거리던 11살 배기 아이가 부모 손에 이끌려 제 연주회에 왔었어요. 연주가 시작되자 아이가 꼼짝도 않고 집중하는 거예요. 바로 이 점입니다. 종교적 배경이 없어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음악이 명확합니다.” 하지만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해석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메시앙이 남겨 놓은 작가노트를 연구하고 성서를 공부했다. “10년 전 파리에 머물고 있던 이병호 추기경으로부터 종교적 조언을 많이 받았죠. 이번 공연을 위해서는 2년 전부터 성경 공부를 다시 했었죠.”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은 성모 마리아, 십자가 등 종교와 자연의 의미를 변화 무쌍한 리듬과 화성으로 담은 게 특징. 그는 메시앙과 비교하며 음악 철학을 밝혔다. “메시앙은 나이가 들수록 음악세계가 훨씬 커졌어요. 그에 비교하면 전 갈 길이 멀죠. 음악 세계는 등산처럼 올라갈수록 넘어야 할 산들이 더욱 많다는 걸 깨닫는 것 같네요.” 그는 30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이 끝나면 내년에 김선욱 등 후배 피아니스트 4명과 피아노 협연을 가질 계획이다. “선후배가 한 무대에 서는 걸 6년 전부터 구상했어요. 후배들에게는 늘 한 가지를 조언합니다. 자기 음악에 충실하고 자신의 소리를 찾으라는 거죠. 열정을 갖고 스스로에게 솔직하면 이룰 수 있는 일입니다.” ■ 불혹의 나이로 줄리엣 연기하는 강수진
"은퇴 前 고국무대 서고 싶었죠"
귀국 뒤 곧바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한 강수진은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가 처음 꺼낸 말도 ‘떨린다’는 얘기. 올해 41세를 맞은 발레리나는 늘 고국의 팬을 떠올리고 있었다. “은퇴하기 전에 제 레퍼토리를 차례로 고국 무대에서 선보이고 싶었어요. 그 첫 번째 작품이 로미오와 줄리엣이죠.” 그가 15년 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던 작품이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독일에서 호평을 받은 뒤 그는 이듬해 이 공연으로 국내 무대에 올랐었다. 당시와는 많은 게 달라졌다. 높은 인지도, 무르익은 기술 등 긍정적 요소도 있지만 16세의 줄리엣을 연기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나이 등 난점도 있다. “마흔이든 쉰이든 그 역에 몰두하면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살 수 있어요. 사실 처음 줄리엣을 연기할 때 보다 더 새로운 기분인걸요.” 마치 소녀로 돌아간 듯한 그녀에게 은퇴는 아직 낯선 단어다. “언제 은퇴할 지는 모르겠어요. 스무 살 때는 제가 서른 넘어서까지 발레를 계속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마흔이 넘어서도 아직 춤을 추니 이제 쉰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17~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동료들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 뒤 1~2년 간격으로 국내에서 ‘오네긴’, ‘말괄량이 길들이기’, ‘라 트라비아타’ 등 전막 발레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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