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 1980년 2월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뜨는 롤랑 바르트. 그의 타자기에는 이렇게 시작하는 원고가 끼어 있었다.
올해는 프랑스 문학이론가이자 기호학자, 철학자인 바르트의 탄생 100주년이자 사망 35주기.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꼽히는 그가 마지막 수년간 천착한 원고가 바로 이 책이다.
1977년 프랑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학문의 전당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로 취임해 '소설의 준비'라는 이름으로 1978~1980년 사이 진행된 24회의 강의, 그리고 연이어 열릴 예정이던 같은 주제의 세미나 자료를 묶은 것이다.
그는 1977년에 모친의 죽음을 겪으며 '내 삶의 이유', '글을 쓸 이유'를 잃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죽은 엄마를 상상 속에서 되살리기 위해 다시 글을 쓰게 됐다고 고백한다.
그는 글쓰기가 (저자의) 사랑하는 존재가 무엇과도 다른 유일한 것(디아포라)이었음을, 고유한 의미가 있었음을 증명하려는 욕망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런 존재 증명, 의미 부여는 그 사랑하는 대상에게 하나의 '구원'이 된다. 또 저자에게는 누군가에게서 사랑받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있고, 디아포라를 증명함으로써 독자를 유혹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3만5,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