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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입담으로 유명한 빌 브라이슨이 이번에는 미국 생활에 대해 얘기한다. '나를 부르는 숲'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그가 영국의 '메일 온 선데이(Mail on Sunday)'에 2년간 연재한 칼럼을 모았다. 미국인인 저자는 영국으로 건너가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현지인과 결혼도 하고 네 아이도 낳았다. 그에게 20년 만에 다시 돌아온 '고향' 미국은 친숙함에 앞서 낯설고 당혹스럽다. 가령 미국식 사회운영 시스템을 보면 우체국은 그에게 올 우편물을 다른 곳에 보낼지언정 1년에 한번씩은 무료 간식을 제공하고 레스토랑은 손님이 없을지라도 종업원의 좌석 안내가 있기 전까지는 앉을 수도 없다. 미국인들의 행동양식도 이채롭다. 5m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도 걸어가는 사람이 드물지만 수천평방미터의 쇼핑센터는 쉴새 없이 돌아다니고, 30초 정도의 컴퓨터 부팅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밤새 컴퓨터를 켜 두는 비합리성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얘기들. 영국에서는 프로축구팀이 연고지를 옮기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연고지 이동이 비일비재하다는 것도 중년이 돼 돌아온 저자에게는 이상하게만 보였다. 책은 미국에 대한 체계적인 소개의 글은 아니지만 작가 특유의 지성과 위트가 넘쳐 미국인도 미처 몰랐던 미국문화의 단면을 꿰뚫었다. 저자는 미국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잘 아는 동시에 잘 알지 못하는 환경, 즉 익숙하다고 여겨온 것들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다시 살펴보는 시선은 우리 사회에도 적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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