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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백화제방

중국은 공산당 정권 출범 이후 오랫동안 기업인들의 언로(言路)를 제한해왔지만 50여년 전에는 기업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던 호시절이 잠시 있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지난 1956년 5월 국무원회의에서 “신중국도 과거 춘추전국시대 때 다양한 문화예술이 꽃피고 수많은 제자백가가 나온 것처럼 자유롭게 비평과 토론을 해 문화수준을 올리자”면서 ‘백화제방ㆍ백가쟁명(百花齊放ㆍ百家爭鳴)’을 제창하면서부터다. 이에 중국의 수많은 지식인과 기업인들은 신문과 저술 심지어 벽보로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공산당과 정부의 실책에 대한 비판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대가는 가혹했다. 마오쩌둥의 말만 믿고 섣불리 말할 자유를 누렸던 이들은 ‘우파(右派)’로 낙인찍혀 기업을 뺏기고 영장 없이 구금되는가 하면 가족들과 헤어진 채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등 지독한 박해에 시달려야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중국은 민간경제에서 계획경제로의 급격한 전환기에 있었다. 마오쩌둥이 ‘백화제방’을 제창하기 석달 전인 2월8일 국무원은 ‘사영기업의 사회주의적 개조’를 결정했고 같은 해 12월31일에는 “생산수단 사유제의 사회주의적 개조가 기본적으로 달성됐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인과 지식인들이 눈치 없이 제 목소리를 낸 것은 ‘나 잡아가소’라고 스스로 손을 드는 것이나 다름없이 무모했다. 요즘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ㆍ국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ㆍ정치자문기구)에서는 다시 ‘백화제방’의 시대를 맞은 듯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크다. 한때 중국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올랐던 장인(張茵) 주룽(玖龍)제지 회장은 정협에서 부자들의 소득세를 낮춰줄 것과 올해 시행에 들어간 노동계약법의 종신고용조항을 없애줄 것을 공식 제안했다. 진즈궈(金志國 ) 칭다오(靑島)맥주 회장은 전인대에서 “기업브랜드가 곧 국력”이라며 친기업정책 확대를 요구했다. 노동자와 빈곤층은 이 같은 기업인들의 태도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언론과 인터넷에는 “기업인들이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자신의 이익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난이 쇄도한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초연하다. 장 회장은 반대자들의 반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50여년 전 마오쩌둥이 시작한 계획경제시대의 ‘백화제방’은 비극으로 끝났다. 그러나 지금 중국 기업인들이 주도하는 ‘백화제방’은 양상이 다르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방향을 바꾼 중국 역사의 물결이 다시 역류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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