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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뢰할 수 없는 은행

최인철 기자 <금융부>

“은행 직원들이 고객 소유인 양도성예금증서(CD)를 위조해 돈을 빼돌린 것은 은행원들의 모럴해저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에서 벌어진 850억원대의 CD 사기사건에 대한 충격이 상당했음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은행 직원들이 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앞으로 수사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해외에 반출하고 환치기를 하는 등 추가 위반상황도 적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금융사고는 악화일로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발생한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금액은 1,983억원으로 지난해 1,302억원보다 52%, 지난 2003년 857억원보다는 131% 증가했다. 금융사고 건수는 2003년 208건, 2004년 232건, 올 7월까지는 104건 수준이어서 갈수록 대형 금융사고로 번지고 있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은 “고객 예탁금을 관리하는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재무장과 내부사고 위험에 대비한 은행들의 강도 높은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은행 고객은 “안전성과 신뢰가 기본인 은행에서 수백억원대 금융사고가 빈발하면서 돈을 계속 맡겨야 할지 불안하다”면서 “이정도 상황이면 은행 경영진은 물론 은행 전체를 대상으로 한 소송감이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은행 내부사고를 막아내지 못하는 경영진의 능력에 대한 비판을 차지하더라도 은행 직원들의 모럴해저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다수 직원들이 성실하게 근무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의 사태가 말 그대로 ‘신뢰의 위기’를 불러올 정도라는 위기의식은 부족해보인다. ‘은행권 자성운동’이라도 펼쳐야 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생각된다. 고연봉의 상징인 ‘Banker’의 격에 맞는 업무수행 능력과 도덕성을 회복해야 하지 않는가. 인수하는 은행이나 인수를 당하는 은행들의 노조와 직원들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보로금이나 동등하게 받아 챙기려 하고 정부에 사면을 요구하는 모습은 왠지 의상에 걸맞지 않는 행위로만 비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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