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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어느 서울시 공무원의 이기심


"월요일 아침부터 기자님과 쓸쓸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네요."

지난 월요일 아침 9시께 서울시청에 취재 차 전화를 한 기자에게 돌아온 답변이다. 그 완곡한 표현에 '쓸쓸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물을 새도 없이 '씁쓸한' 기분으로 전화를 끊어야 했다.

취재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이기심'과 맞닥뜨린다. 집값 떨어진다며 다짜고짜 욕 먼저 던지는 아파트 주민, 드러나면 곤란한 사실이 담긴 기사를 싣지 말아달라는 업체 담당자,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보를 왜곡하는 사람 등.

사실 그의 이기심에는 똑같은 직장생활을 하는 기자 역시 어느 정도 수긍을 한다. 하지만 그는 공무원(公務員)이다. '공무'에 힘쓰는 것이 그의 직업 철학이어야 하고 또 근무 태도여야 하는 것이다. 월요일 아침의 그 전화는 모 재건축 단지의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공적'인 전화였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일 처리 과정을 보면 이런 행정 이기주의가 곳곳에서 보인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모 지역의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하반기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한 160여가구의 소규모 재개발구역. 조합 측은 지난해 12월 시가 지적한 사항을 보완해 다시 정비안을 올렸다. 한데 그 이후로 세 달이 넘는 동안 조합이 서울시에게 들은 답변이라고는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답답한 조합원들의 민원이 거세지자 서울시가 내놓은 궁여지책이 '자문안'이다. 자문안은 도시계획위원회 정례회의에 상정은 되지만 말 그대로 '자문'만 받는 안건이다. 멈춰 있는 것보다야 낫기에 조합은 그나마도 다행이라고 여기지만 무작정 기다리라는 말 뒤에 내놓은 해결책이라고 하기에는 궁색하다.

즐겁고 편하게, 그리고 쉽게 일하는 것은 모든 직장인들의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성실히, 그리고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업이다. 그 사이에 소박하든 소박하지 않든 '이기심'이 낄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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